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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빛에 눈이 멀 때 읽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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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6-24 16:34 조회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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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 보면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제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직장을 갖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 가지 질문 앞에서 멈춘다.


그것은 정말 내 욕망일까, 아니면 오랫동안 따라온 누군가의 욕망일까.


정신분석가 라캉은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우리는 혼자 욕망을 만들어 내는 존재가 아니다.


타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가치 있다고 말하는 것을 가치 있게 느끼며, 욕망하는 것을 함께 욕망한다.


그 시작은 아주 이른 시기부터 이루어진다.


아이는 태어날 때 과대하지도, 과소하지도 않다.


그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


자신만의 기질과 감각, 재능과 욕구를 가지고 세상에 나온다.


하지만 아이는 스스로를 직접 볼 수 없다.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눈을 통해 자신을 이해한다.


마치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듯, 자아 역시 타인의 반영 속에서 만들어진다.


아이가 무언가를 했을 때 부모의 눈이 반짝이면 그것은 중요한 것이 된다.


반대로 반복해서 무시되거나 평가절하된 부분은 점차 숨기게 된다.


사람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도 있고, 혼자 깊이 생각하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부모와 세상이 그것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배운다.


'이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구나.'


그 순간부터 아이는 자신을 믿기보다 타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조금씩 걸어가기 시작한다.


라캉의 말처럼,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기 전에 부모의 욕망을 먼저 배우는 것이다.


성취를 중요하게 여기는 부모 밑에서는 성취를,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부모 밑에서는 명예를,


인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부모 밑에서는 인정받는 삶을 욕망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다.


문제는 그 이후에도 자신의 욕망을 발견할 기회를 갖지 못할 때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혼란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좋은 직장을 얻었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했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도 마음은 공허하다.


오랫동안 자신의 삶이라고 믿었던 길이 사실은 타인의 기대를 충실히 따라온 길이었음을 뒤늦게 발견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끊임없이 특별해야 한다고 느끼며 살아간다.


인정받지 못하면 자신의 존재까지 흔들리는 것처럼 느낀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이루어도 자신을 믿지 못한다.


겉으로는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 모두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나는 누구의 기준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가.'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으로만 행복하거나 불행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에게 없는 것에 시선이 머무를 때 흔들린다.


누군가의 재능,


누군가의 외모,


누군가의 성공,


누군가의 관계가 자신의 삶보다 훨씬 빛나 보이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그 순간 우리가 놓치는 것이 있다.


타인의 빛이 강해졌다고 해서 내 빛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라진 것은 빛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일 때가 많다.


어린 시절 자신의 고유함이 충분히 환대받지 못했던 사람일수록 자신의 강점보다 결핍을 먼저 발견한다.


자신이 가진 것은 당연하게 여기고,


타인이 가진 것은 특별하게 바라본다.


그래서 비교는 점점 커지고, 자신의 삶은 점점 흐려진다.


건강한 성장은 타인의 빛을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타인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가치를 함께 볼 수 있는 데 있다.


건강한 양육 역시 아이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아이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도록 돕는 일이다.


슬프면 슬픔을,


기쁘면 기쁨을,


화가 나면 분노를,


두려우면 두려움을 안전하게 경험하도록 돕는 것.


그리고 그 감정과 기질, 재능을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조금씩 배우게 된다.


'내가 가진 것도 소중하구나.'


'내가 원하는 것도 의미가 있구나.'


이 문제는 개인을 넘어 사회와 철학, 종교의 영역에서도 반복된다.


많은 갈등은 생각이 달라서만 생기지 않는다.


자신의 욕망과 가치를 유일한 정답으로 믿기 때문에 생긴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모두가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믿을 때,


다름은 위협이 된다.


반대로 자신의 욕망을 발견한 사람은 조금 다르다.


자신의 길을 알기에 타인의 길도 존중할 수 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기에 타인의 것을 빼앗으려 하지 않는다.


타인이 자신과 다른 욕망으로 살아간다고 해서 그것을 위협으로 느끼지 않는다.


어쩌면 성숙이란 타인의 욕망을 따라가는 삶에서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는 삶으로 옮겨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는, 나와 다른 욕망을 가진 사람의 존재를 견디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과 다름을 견디는 능력은 단순한 관용이 아니다.


먼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능력이다.


자신이 가진 빛을 아는 사람은 더 이상 타인의 빛 때문에 눈이 멀지 않는다.


누군가가 더 눈부시게 빛나는 순간에도 자신의 빛을 잃지 않는다.


그때 사람은 비교 대신 존중으로,


경쟁 대신 만남으로,


타인을 바라볼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평생 해야 할 일은 더 큰 빛을 갖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타인의 빛에 눈이 멀지 않고, 이미 내 안에 있는 빛을 잃지 않는 것.


성숙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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