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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감은 성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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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6-21 14:24 조회118회 댓글0건

본문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은 존재다.


하지만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과 성적으로 끌리는 마음은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조금씩 배운다.


이것은 부모와의 애착이고,


이것은 친구와의 친밀감이며,


이것은 연인과의 사랑이고,


이것은 성적 끌림이라는 것을.


그러나 이 분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사람에게는 서로 다른 감정들이 하나의 경험처럼 느껴질 수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어떤 사람들은 따뜻함과 친밀감, 애착과 성애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


이해받고 싶은 마음,


보호받고 싶은 마음,


버려지지 않고 싶은 마음이 하나의 감각으로 뭉쳐 있는 것이다.


한 학생과의 상담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 아이는 오랫동안 자신만의 공간 없이 생활해 왔다.


가족 안에서 심리적 경계와 물리적 경계가 충분히 경험되지 못했고,


성에 대한 호기심 역시 자연스럽게 이해받기보다 수치와 통제 속에서 경험한 흔적이 있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아이는 때때로 다소 성애적으로 보일 수 있는 표현을 하곤 했다.


처음에는 그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행동을 성애의 언어로 보기보다,


아직 충분히 분화되지 않은 친밀감의 언어로 이해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안전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


조건 없이 받아들여지고 싶은 마음,


버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고 싶은 마음이,


성장 과정에서 충분히 다른 이름을 얻지 못한 채 하나의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대상관계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는 단순히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대상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성애처럼 보이는 행동의 이면에 사실은 애착의 욕구가,


친밀감의 갈망이,


보호받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 행동 자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대신 그 행동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감정을 담아 주었고,


말로 표현되지 못한 마음을 함께 견뎠다.


상담이 마무리될 무렵 아이는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그 부탁을 들으며 나는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이 단순한 신체적 접촉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아이가 원했던 것은 안전감이었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험이었으며,


조건 없이 보호받는 감각이었는지도 모른다.


돌이켜 보면 상담 과정에서 아이가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던 순간이 있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아이였다.


그 순간 나는 짧은 위로를 건넸다.


중요했던 것은 접촉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서적 경험이었다.


이 경험은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을 남겼다.


사람은 정말 성적인 관계를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때로는 성적인 언어를 빌려 친밀감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애착이 충분히 경험되지 못한 사람은 따뜻하게 대해 주는 사람에게 강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그 감정은 성애라기보다 처음 경험하는 안전감일 수도 있다.


그래서 상담은 행동만 보지 않는다.


그 행동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듣는다.


친밀감과 성애가 충분히 분화되지 않은 사람에게 상담자는 새로운 감정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애착에는 애착이라는 이름을,


친밀감에는 친밀감이라는 이름을,


성애에는 성애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어쩌면 성장이란 새로운 사랑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다.


하나의 감정처럼 느껴졌던 관계의 언어들이 서로 다른 이름을 얻어 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분화가 이루어질수록 사람은 관계를 덜 오해하게 된다.


친밀감을 성애로 착각하지 않고,


애착을 소유로 오해하지 않으며,


사랑을 통제로 바꾸지 않게 된다.


어쩌면 건강한 관계란 감정이 더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들이 제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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