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에서 나의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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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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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낮을 산다고 생각했다.
해야 할 일을 했고,
책임을 다했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내 삶을 살아왔다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나는 긴 밤을 지나고 있었다.
겉으로는 환한 낮이었지만,
마음은 오래도록 어둠 속을 걷고 있었다.
최근 들어 내 삶을 돌아보며 가장 크게 다가온 깨달음이 있다.
나는 꽤 오랫동안 나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많은 시간 동안 주변의 목소리대로 살고 있었다.
부모의 목소리.
사회의 목소리.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좋은 며느리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
처음에는 그것이 분명 다른 사람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너무 오래 듣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이 내 생각인 줄 알았다.
상담을 하다 보면 내담자에게 종종 묻게 된다.
"그것은 정말 당신의 생각인가요?
아니면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자리 잡은 누군가의 목소리인가요?"
이 질문 앞에서 쉽게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선택을 자신의 의지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선택의 뒤에는 오래된 목소리들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랬다.
늘 내 차례는 마지막이었다.
먼저 해야 할 일을 하고,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남은 시간으로 나를 돌봤다.
남은 에너지로 쉬었고,
남은 마음으로 꿈을 꾸었다.
돌이켜 보면 나는 늘 남은 것으로 나를 채우고 있었다.
한때는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결심한 적도 있었다.
내 삶을 우선에 두겠다고.
나를 먼저 생각하며 살아 보겠다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또 다른 생각이 올라왔다.
'이 강렬한 의지는 정말 나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오랫동안 채워지지 않았던 결핍이 만들어 낸 보상심리일까.'
그 질문 앞에서 한동안 멈춰 있었다.
또 하나 오래된 목소리가 있다.
누군가 한 분야에서 큰 성취를 이룬 사람을 보면 마음속에서 이런 생각이 올라오곤 했다.
'한 가지에 몰두할 수 있었다면 당연한 결과 아닐까.'
'누군가는 밥을 차려 주고,
누군가는 경제적인 부담을 감당하고,
누군가는 그 사람이 오직 한 길만 걸을 수 있도록 지켜 주었겠지.'
나는 오랫동안 이 생각이 성공한 사람을 향한 냉소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들린다.
그것은 성공한 사람을 향한 말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나도 한 가지에 깊이 몰두하며 살아 보고 싶었다.'
그 마음은 질투가 아니라,
살아 보지 못한 삶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부모에게서 사랑의 언어를 배우고,
세상에게서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 목소리들을 자신의 목소리라고 믿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는 새로운 배움을 시작해야 한다.
내 안에서 들리는 수많은 목소리 가운데
어느 것이 부모의 목소리인지,
어느 것이 시대의 목소리인지,
그리고 어느 것이 비로소 나의 목소리인지를 구별하는 일이다.
자기답게 산다는 것은
마음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남의 목소리를 모두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목소리를 지나온 끝에,
마침내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듣게 되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낮을 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긴 밤을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알 것 같다.
내가 찾고 있었던 것은
새로운 삶이 아니라,
오랫동안 다른 목소리에 가려져 들리지 않았던
나 자신의 목소리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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