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구조가 바뀌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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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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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 보면 사람은 과거의 사건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끝나지 않은 과거와 함께 현재를 살기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만난 한 내담자는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간은 많이 흘렀다.
지금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기억은 이상할 만큼 자주 떠올랐다.
혼자 있을 때 문득 생각났고,
어떤 상황에서는 당시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미 지나간 일이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남아 있었다.
심리적으로는 사건 자체보다 미완성된 경험이 사람을 붙잡는 경우가 많다.
말하지 못한 말.
표현되지 못한 분노.
인정받지 못한 상처.
설명되지 못한 억울함.
이런 것들은 시간이 흘러도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에너지를 계속 요구한다.
상담 과정에서 그는 그 경험을 다시 꺼내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흩어져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씩 연결되었고,
그 일이 왜 자신에게 그렇게 큰 의미로 남아 있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때로는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껴 보기도 하고,
그때 하지 못했던 말을 표현해 보기도 했다.
오랫동안 마음속에서만 맴돌던 생각들이 비로소 언어가 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이후에 들려준 이야기였다.
"예전에는 자꾸 그 생각이 났어요."
"그런데 요즘은 지금으로 채워진 거 같아요."
그 말을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상담이란 과거를 없애는 작업이 아니라 시간의 구조를 바꾸는 작업일지도 모른다고.
상처받은 기억은 종종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끝나지 않은 기억은 현재의 시간을 점유한다.
과거의 사건이 반복해서 떠오르고,
설명되지 않은 장면이 계속 재생되며,
하지 못한 말이 끊임없이 마음속에서 되풀이된다.
겉으로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마음의 일부는 여전히 과거의 어느 시점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하루를 살아도 현재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다.
현재를 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복습하며 살아가는 셈이다.
하지만 기억의 조각들이 연결되고,
미완성된 이야기가 조금씩 마무리되기 시작하면 변화가 일어난다.
사건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날의 상처도 없었던 일이 되지 않는다.
다만 과거가 비로소 과거의 자리를 찾게 된다.
더 이상 현재를 점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 순간 사람은 과거를 잊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되찾는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회복도 그렇다.
어떤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회복하고,
어떤 사람은 분노를 표현하며 회복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이해하게 되면서 회복하고,
또 어떤 사람은 흩어진 경험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하면서 회복한다.
그래서 회복한 사람들의 말은 의외로 단순하다.
"머리가 조용해졌어요."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회복이란 결국 시간의 구조가 바뀌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던 시간에서,
현재가 다시 현재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으로.
어쩌면 치유란 상처가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과거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현재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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