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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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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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을 만난다.
아이가 힘들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렵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우울하고 불안하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부모가 이렇게 답할 때가 있다.
"다들 그렇게 산다."
"나도 힘들어."
"내가 더 힘들다."
처음에는 이런 반응이 무척 낯설었다.
왜 아이가 아프다고 하는데 부모는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할까.
왜 아이의 이야기는 사라지고 부모의 이야기만 남게 될까.
상담 초년생 시절에는 그것을 공감 능력의 부족이나 이기적인 태도로 이해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다른 모습도 보게 되었다.
그 부모들 중에는 자신의 삶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아프다고 말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참고 견디는 것이 당연했고, 힘들다는 말은 약한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도, 도움을 요청하는 법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말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
그리고 아이가 힘들다고 말하는 순간, 아이의 고통보다 먼저 자기 안에 오래 쌓여 있던 고통이 반응한다.
"나도 힘들다."
"내가 더 힘들다."
그 말은 아이의 고통을 지우는 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평생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고통이 뒤늦게 튀어나오는 순간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받은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픔이 이해받지 못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상담을 하다 보면 또 다른 모습도 만난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 중 한 사람의 고통을 누구보다 민감하게 알아차린다.
그리고 아직 어린 나이에 부모를 이해하고 지키는 역할을 맡는다.
부모가 직접 부탁한 적은 없지만, 아이는 가족 안의 긴장과 외로움을 읽어낸다.
그래서 때로는 부모를 대신해 화를 내고, 부모를 대신해 싸우고, 부모를 대신해 버틴다.
그런데 상담 과정에서 가끔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지기도 한다.
아이가 평생 믿어 왔던 이야기가 부모가 경험한 이야기와 다를 때다.
아이는 자신이 부모를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부모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이는 부모를 대신해 싸우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는 자신이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 순간 아이는 혼란에 빠진다.
"그럼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지키고 있었던 걸까."
"내가 버텨 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그 아이는 부모를 위해 싸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한 부모의 고통을 위해 싸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작 자신의 고통은 뒤로 밀려났을 가능성이 크다.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살기보다 누군가의 고통을 대신 짊어진 채 살아간다.
부모의 불안,
부모의 외로움,
부모의 억울함,
부모의 상처.
그것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을 먼저 돌보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자신에게 묻게 된다.
"정작 나는 언제 아팠던 걸까."
"나는 왜 힘들다고 말하지 못했을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많은 말을 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일 수 있다.
"나도 아프다."
"나도 외롭다."
"나도 힘들다."
그 말이 오랫동안 막혀 있을 때,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대신 살아가기도 하고, 타인의 삶을 대신 책임지기도 한다.
그래서 회복은 때로 거창한 변화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평생 타인의 마음을 먼저 살피던 사람이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늘 이해하는 역할만 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나도 아프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때 비로소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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