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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사로잡힌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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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5-25 09:31 조회1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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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는 아주 작은 것에도 감탄하던 사람이었다.


사춘기 시절에는 길가에 핀 들꽃 하나를 오래 바라보았고,
햇빛이 잎사귀 위에 내려앉는 장면이나
물방울 하나에도 마음이 움직였다.


그때의 나는 세상을 아직 감각으로 만나고 있었다.


하지만 삶은 오래 그런 상태로 머물게 두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책임과 생존을 견디며 살아가는 동안
나의 감각은 점점 둔화되었다.


늘 누군가를 돌봐야 했고,
무언가를 유지해야 했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아주 거대한 자연 앞에 서야만 잠시 감탄이 살아났다.


압도적인 풍경이 아니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살아 있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 오래 버티는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에 가까웠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다시 아주 작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벽에 비치는 빛의 결,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목소리 안의 떨림.


특히 목소리에 끌린다.


그래서 요즘 나는 오페라를 자주 듣는다.
가사의 의미를 다 알아듣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어떤 목소리는 몸 깊은 곳까지 들어온다.


그 사람이 정말 자기 존재를 통과해 노래하고 있는지,
아니면 단지 흉내를 내고 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느껴진다.


예전 같으면 이런 감각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의식의 그림자 작업을 지나며
나는 내 안의 아주 섬세한 감정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두려움, 수치심, 외로움, 결핍, 약함.


이전의 나는 강한 척하며 살아왔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런 약함들을 충분히 느끼고 난 뒤
이상하게도 더 이상 무서운 것이 없다는 감각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세상의 미세한 떨림들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는 지금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른다.


"마지막까지 내려놓지 못한 것은 봄에 피는 매화의 꽃망울 같은 아름다움이다"라는 

법정스님의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
아름다운 자연,
그 중에서 살아 있는 사람의 목소리,
진짜 감정이 실린 울림 같은 것들에 깊게 끌리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오랫동안 역할과 책임 속에서 둔감해졌던 존재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일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존재가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삶의 깊은 시간을 지나고 난 뒤

나는 다시 아주 작은 것들로 돌아가는 것 같다.


들꽃 하나,
빛 한 조각,
물방울 하나,
그리고 사람의 떨리는 목소리 같은 것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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