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세상에 데려온 사람을 다시 바라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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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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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 되면 사람들은 축하를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케이크를 준비하고, 누군가는 메시지를 보내고, 누군가는 지나간 나이를 계산한다.
그런데 어느 나이를 지나고 나면, 생일은 단순히 축하받는 날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돌아보는 날이 되기도 한다.
내가 다시 엄마가 되고, 아이들의 생일을 챙겨주는 역할이 분명할 때는 미처 몰랐다.
누군가의 생일상을 준비하고, 케이크를 고르고, 축하 문자를 보내며 살아가는 동안에는
내가 ‘태어난 사람’이라는 감각보다,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이라는 위치가 더 익숙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하나둘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고,
각자의 계절 속으로 걸어 들어간 후부터 생일의 의미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생일에는 유난히 어머니가 떠올랐다.
나는 특별한 점심을 먹고 싶었다.
평소 다니지 않던 길을 한참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지 못했고,
어느새 허기가 졌다.
그때 눈에 들어온 곳은 허름한 ‘엄마손 맛집’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메뉴, 예상 가능한 맛, 오래된 식당의 분위기.
그런데 이상하게 그곳으로 발길이 갔다.
아마도 나는 새로운 경험보다 오래된 감각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 차려주던 밥상, 익숙한 냄새, 어린 시절의 식탁 같은 것들.
내 생일은 조금 특이했다.
아버지와 같은 달이었고, 내 생일이 더 빨랐다.
옛 정서를 가진 어머니는 딸이 아버지보다 먼저 생일상을 받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셨다.
그래서 나는 늘 열흘쯤 늦게, 아버지 생일날 함께 상을 받았다.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내 생일은 늘 누군가의 생일 안에 함께 들어가 있었다.
결혼 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남편의 생일 날짜를 윤달 기준으로 다시 계산하고 나니,
결국 또 같은 달 안에서 내 생일보다 앞서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나는 삶의 여러 장면에서 늘 누군가의 뒤편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인지 가끔 내가 중심에 놓이는 순간에는 이상한 긴장감이 함께 따라왔다.
주목받는 순간 어딘가 불안했고,
좋은 일이 생기면 곧 무언가 불편한 일이 따라올 것 같은 감각도 있었다.
예전에는 그것을 징크스처럼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은 초자연적인 불운이라기보다
오랫동안 반복된 관계의 정서가 몸에 남은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한때 나는 사람들 속에서 빛나던 시절도 있었다.
20대 초반 주얼리 샵을 운영하던 때에는 한 달 가까이 생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친구들은 각자의 시간에 맞춰 찾아왔고, 축하와 활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가게를 접자 그 풍경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때 처음 알았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는 것과, 존재 자체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수록 생일의 의미도 달라졌다.
누가 얼마나 축하해주는가보다, 나는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가를 더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문득 다시 한번 어머니와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마주 앉아 국을 떠먹고 반찬을 건네는 평범한 식사 한 끼.
젊은 시절에는 미처 몰랐다.
엄마 역시 엄마이기 전에 한 존재였다는 것을.
누군가의 딸이었고,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이었고,
자기 나름의 질서와 한계 속에서 아이를 키워낸 인간이었다는 것을.
몸은 결국 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어디에 머무는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군가가 나를 이 세상에 데려왔고,
그 덕분에 나는 삶의 수많은 감정과 관계와 계절들을 경험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생일은 축하받는 날이기 이전에,
나를 세상에 데려온 사람을 다시 바라보는 날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관계는 외부에서 내부로 옮겨온다.
대상은 사라져도, 그 사람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과 기억은 내 안에 남는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가며 관계를 잃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의 풍경으로 다시 품게 되는지도 모른다.
올해 생일의 나는, 어머니를 다시 바라보는 하루를 지나고 있다.
서운함과 이해, 그리움과 감사가 함께 흐르는 새로운 내부 풍경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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