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받으며 자란 사람들의 두 가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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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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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 보면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최근에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한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을 비난하고 있었다.
사회초년생 시절 경험한 언어폭력과 부정적인 평가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상담 중 여러 차례 다른 관점을 제시했지만 그는 반복해서 자신의 부족함을 증명하는
근거를 내놓았다.
"제가 느린 건 사실이잖아요."
"제가 부족한 것도 맞고요."
그에게는 성장한 모습도 있었고, 이전과 달라진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변화의
증거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입증하는 자료를 더 신뢰하고 있었다.
한편 다른 상담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상대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 표현 방식은 끊임없는 조언과 지적이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야지."
"다들 힘들게 다닌다."
내용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상대는 이해받기보다 평가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두 사례는 전혀 다른 사람들처럼 보인다. 한 사람은 자신을 비난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타인을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두 사람은 어쩌면 같은 곳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가
교류분석에서는 이를 비판적 부모자아(Critical Parent)라고 부른다. 어린 시절 부모,
교사, 사회로부터 반복적으로 들었던 평가와 기준이 내면화되어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이 되는 것이다.
"더 잘해야 한다."
"실수하면 안 된다."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남들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
이러한 목소리는 처음에는 외부에서 들려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목소리처럼 느껴지게 된다.
문제는 그 목소리가 반드시 자기 자신에게만 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누군가는 그 목소리를 자기 안으로 돌린다.
끊임없이 자신을 평가하고, 부족함을 찾아내고, 자신을 몰아붙인다.
실수를 하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작은 실패도 자신의 가치 전체로 확대해 해석한다.
반면 누군가는 그 목소리를 바깥으로 향하게 한다.
상대를 위해 조언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를 평가하고 수정하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차 따뜻한 공감보다 현실적인 충고가 먼저 나온다.
결국 방향만 다를 뿐, 두 사람 모두 평가의 언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상처는 안으로도, 밖으로도 향한다
평가받으며 자란 사람들은 흔히 두 가지 선택을 한다.
하나는 자신을 공격하는 것이다.
"내가 부족해서 그래."
"내가 더 잘했어야 했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다른 하나는 타인을 공격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했어?"
"그렇게 하면 안 되잖아."
"조금만 더 잘할 수 없었어?"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둘 중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자신을 비난하기도 하고, 타인을 비난하기도 한다.
다만 어느 쪽이 더 익숙한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밑바닥에는 공통된 믿음이 숨어 있다.
"잘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
"부족하면 인정받을 수 없다."
"실수하면 안 된다."
그래서 평가 받으며 자란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평가하는 사람이 되기 쉽다.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이든 타인이든 말이다.
새로운 목소리를 배우는 일
상담은 단순히 생각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어쩌면 상담은 오랫동안 자신의 삶을
지배해 온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를 알아차리는 과정에 가깝다.
"나는 정말 부족한 사람일까?"
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 수 있다.
"그 말은 원래 누구의 목소리였을까?"
이 질문이 시작될 때 사람은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와 내면화된 평가자의 목소리를
구분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자신을 향하던 비난을 내려놓고, 누군가는 타인을 향하던 평가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조금 더 따뜻하고 유연한 목소리가 들어설 수 있다.
"부족할 수도 있다."
"실수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어쩌면 성장이라는 것은 완벽해지는 일이 아니라, 오랫동안 내 안에서 들려오던 평가자의
목소리 대신 새로운 목소리를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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