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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던 길은 내가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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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6-01 14:40 조회1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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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소명을 미래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언젠가 발견해야 하는 것,
아직 찾지 못한 것,
더 많은 공부와 경험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앞을 바라본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일을 위해 태어났을까?"
"내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사람은 앞이 아니라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내가 찾고 있던 길이 사실은 오래전부터 걸어오고 있던 길이었다는 것.



얼마 전 [안개 낀 시절]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 속에는 두 개의 물방울 이야기가 나온다.


한 물방울은 강에서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다시 비가 되어 땅으로 내려온다. 


또 다른 물방울은 안개가 된다.


그 이야기는 단순히 물의 순환에 대한 동화가 아니었다.


세상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총살당한 오빠가 

여동생에게 남긴 이야기였다.


돌아오는 물방울이 있는가 하면,
안개가 되어 다른 길을 가는 물방울도 있다.


안개는 정해진 길이 없다.


때로는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때로는 이해받지 못하며,
때로는 위험한 길을 지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물방울은 자신이 선택한 흐름을 따른다.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소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소명을 특별한 성공이나 거창한 사명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소명은 오히려 외면할 수 없는 방향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 길이 편안해서가 아니라,
다른 길을 가려고 해도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되는 방향 말이다.


나 역시 한때 그림과 디자인으로 나를 표현하던 아이였다.


그 시절에는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했고, 

어쩌면 그것이 내 소명이라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은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인정도 있었지만 좌절도 있었고,

학업도,
관계도,
현실도 때로는 내가 바라던 방향과는 다른 길로 나를 데려갔다.


직선으로 갈 것 같던 삶은 생각보다 훨씬 굴곡졌고, 구불구불했다.



그 과정에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잠시 스쳐 간 사람도 있었고,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도 있었다.


어떤 만남은 기쁨이었고,
어떤 이별은 아픔이었다.


그 모든 과정을 지나며 나는 조금씩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 나는 상담사로 살아가고 있다.


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함께 울고,
때로는 함께 침묵한다.


그리고 그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누군가가 되기보다 

자기 자신이 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돕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내가 하는 일은 사람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사람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잊혀진 자신을 다시 만나도록 돕는 일에 가깝다.


상처는 있지만 상처가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다.


증상은 있지만 증상이 그 사람 자체는 아니다.


역할은 있지만 역할이 곧 그 사람은 아니다.


나는 그 가려진 본래의 모습을 함께 찾아가는 일을 하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어린 시절 그림을 그리던 아이와 지금 상담실에 앉아 있는 나는 

그렇게 다른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그때는 색과 선으로 보이지 않는 감정을 표현했다.


지금은 언어와 관계를 통해 보이지 않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매체는 달라졌지만 하고 있는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일.


그것은 오래전부터 내 안에 있었던 방향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소명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소명은 미래 어딘가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자신의 가장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흐르는 것에 가까울지 모른다.


남들이 보기에는 우연처럼 보였던 선택들,
돌고 돌아 다시 만나게 된 일들,
계속해서 마음이 머물렀던 주제들.


그 안에 소명의 흔적이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나는 오랫동안 길을 찾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


나는 새로운 길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걸어오고 있던 길의 이름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내가 찾던 길은 내가 걸어온 길이었다.


그리고 소명이란 어쩌면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내 삶을 관통해 온 흐름을 알아보게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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