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실망은 누구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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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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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 보면 거절이 어려운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처음에는 그 이유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문제의 핵심은 거절 자체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상대를 실망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연인 관계에서도 그렇다.
마음이 식어가고 있어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다.
서운한 일이 있어도 괜찮다고 넘기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킨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을 때 상대가 상처받거나 실망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상담 장면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상담을 더 이상 이어가기 어렵거나,
비용이 부담되거나,
현재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어 종결을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지금은 상담을 계속하기 어렵겠습니다"
또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못한다.
한 달 뒤에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거나,
상황이 정리되면 찾아오겠다고 말한다.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문자를 보내면 또 다른 이유가 생긴다.
종결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계속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관계는 사실상 끝난 것 같은데 끝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겉으로는 상담을 취소하는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담자를 실망시키는 순간을 견디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거절 대신 설명을 덧붙인다.
긴 이유를 이야기하고,
상황을 부연하고,
미안함을 표현하고,
가능성을 남겨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것은 상대를 위한 행동만은 아닐 수 있다.
어쩌면 상대가 실망하는 모습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마음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상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은 때로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명확한 거절 대신 모호한 약속이 남고,
분명한 종결 대신 애매한 기대가 남는다.
상대는 기다리고,
당사자는 부담을 느끼고,
관계는 끝나지도 이어지지도 못한 채 어딘가에 머물게 된다.
건강한 관계는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는 관계가 아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누군가를 실망시키게 된다.
내 선택이 누군가의 기대와 다를 수 있고,
내 사정이 누군가의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것은 잘못이라기보다 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에 가깝다.
문제는 실망 자체가 아니라, 그 실망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이다.
상대가 섭섭함을 느끼고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상대의 몫이다.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은 상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선택을 정직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누군가의 감정을 자신의 책임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부모의 기분을 살피고,
실망을 막으려 애쓰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뒤로 미루었다.
그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진다.
그래서 거절을 어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때문에 누군가가 실망하는 순간을 어려워하게 된다.
그러나 성숙한 관계는 서로의 감정을 대신 책임지는 관계가 아니다.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감정은 각자가 감당하는 관계다.
어쩌면 거절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아니요"를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상대의 실망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상대의 실망을 상대의 몫으로 돌려줄 수 있는 용기를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비로소 묻게 된다.
상대의 실망은 정말 누구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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