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기억하는 눈물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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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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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눈물을 단순하게 구분한다.
슬플 때 우는 눈물, 기쁠 때 우는 눈물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상담 장면에서 사람들의 눈물을 오래 보다 보면, 눈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같은 울음이라도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어떤 눈물은 뜨겁고, 어떤 눈물은 차갑다. 어떤 눈물은 쏟아지듯 흐르고,
어떤 눈물은 끝내 떨어지지 못한 채 눈가에만 맺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슬픈 눈물은 신맛이 나고, 기쁜 눈물은 단맛이 난다”는 표현을 듣고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과학적으로 정확한 사실인가를 떠나, 그 표현은 눈물의 감정적 질감을 매우 직관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눈물은 단순한 액체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고 있는 감정의 맛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눈물들은 모두 다르다.
억울함의 눈물은 종종 쇠맛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 충분히 설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사람들,
자신의 마음을 계속 삼키며 살아온 사람들의 울음에는 어딘가 날카롭고 금속성의 긴장이 묻어 있다.
울고 나서도 시원하기보다 턱과 목이 더 굳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오래 참아온 사람의 눈물은 오히려 무맛에 가깝다.
너무 오랫동안 감정을 억눌러온 사람들은 처음 울 때조차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
멍한 얼굴로 눈물만 조용히 흐르기도 한다.
마치 몸은 이미 울고 있는데, 마음은 아직 따라오지 못한 것 같은 상태다.
애도의 눈물은 깊고 쓴맛에 가깝다.
상실을 충분히 견디고 있는 사람들의 울음은 단순히 슬픔만 담고 있지 않다.
그 안에는 사랑했던 시간, 붙잡고 싶은 마음, 놓아야 한다는 체념이 함께 섞여 있다.
오래 우린 차처럼 씁쓸하면서도 깊다.
반대로 안도의 눈물은 미지근한 단맛에 가깝다.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말과 함께 터지는 울음이 있다.
처음으로 이해받았을 때, 오랫동안 혼자 견디던 사람이 안전함을 느꼈을 때 나오는 눈물이다.
이런 눈물은 울고 난 뒤 몸의 긴장이 풀리고 숨이 깊어진다.
수치심의 눈물은 얼굴부터 뜨거워진다.
울면서도 자꾸 얼굴을 가리고, 미안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우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의 눈물이다.
이 울음에는 “들키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함께 섞여 있다.
분노의 눈물은 뜨겁고 짜다.
사람들은 흔히 화가 나면 울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장 뜨거운 울음 중 하나는 분노의 눈물이다.
특히 억눌린 분노는 눈물의 형태로 자주 나타난다.
입술을 깨물고 울거나, 눈물을 참으며 목소리가 떨리는 경우가 그렇다.
기쁨의 눈물은 신기하게도 슬픔의 눈물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같은 눈물인데도 얼굴은 열려 있고 몸은 위로 올라간다.
슬픔의 눈물이 무너지듯 흐른다면, 기쁨의 눈물은 벅차오르듯 흐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단맛 같다고 표현하는지도 모르겠다.
상담을 오래 하다 보면 눈물의 흐르는 방식도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상담 초기나 중기에는 눈물이 넘쳐흐르는 경우가 많다.
마치 오래 막혀 있던 둑이 한꺼번에 무너지듯 흐른다.
억눌러왔던 감정들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느낌이다. 몸도 크게 들썩이고 호흡도 거칠어진다.
그 눈물에는 “이제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함이 섞여 있다.
그런데 상담이 잘 진행되고 종결이 가까워질 무렵의 눈물은 조금 다르다.
물론 슬픔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눈물은 이전처럼 무너지듯 흐르기보다,
구슬처럼 또르르 흘러내린다. 신기하게도 마치 연예인들의 눈물처럼 맑고 또렷하게 보일 때가 있다.
얼굴 전체가 일그러지기보다 감정이 몸 안에서 어느 정도 소화된 상태로 흐르는 느낌이다.
아마 그것은 감정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 감정을 견딜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전의 눈물이 생존을 위한 울음이었다면, 종결 무렵의 눈물은 애도와 수용에 가까운 울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그 눈물은 아프면서도 어딘가 아름답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모두 자신의 방식으로 감정을 몸에 저장하며 살아간다.
말하지 못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몸의 긴장이 되기도 하고, 표정이 되기도 하며,
어느 순간 눈물의 형태로 흘러나온다.
그래서 눈물은 단순히 마음의 표현이 아니라, 몸이 기억하고 있는 삶의 흔적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평생 참으며 살아서 조용한 눈물을 흘리고,
어떤 사람은 끝내 인정받지 못한 억울함 때문에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또 어떤 사람은 처음으로 안전함을 느끼는 순간,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래서 상담자는 눈물의 양보다 그 결을 보게 된다.
이 눈물은 어떤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을까.
이 사람은 무엇을 삼키며 살아왔을까.
그리고 지금 이 눈물은 어떤 말을 대신하고 있을까.
어쩌면 눈물은 몸이 말하는 가장 오래된 언어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눈물에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삶의 맛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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