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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수행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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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30 23:17 조회187회 댓글0건

본문


나는 오랫동안
내 몫을 다해야만 존중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해야 할 일을 해내고,
기대에 맞추고,
부족함이 없도록 애쓰는 것.


그것이 나를 지켜주는 방식이었다.


그래서인지
제 몫을 다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불편함이 먼저 올라온다.


게으름처럼 보이고,
무책임처럼 느껴지고,
어딘가 잘못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판단은
어느새 행동을 넘어
존재로까지 번진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사는 걸까.”


나는 알고 있다.


“존재는 이미 허용된 상태다.”

이것은 존재의 차원,
즉 being에 대한 이해다.


그러나 사람을 실제로 만나는 순간,
또 다른 차원이 함께 올라온다.


행동과 책임,
즉 doing의 문제다.


그래서 혼란이 생긴다.


존재로서는 괜찮다.
그런데 이 방식까지 괜찮은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종종 두 가지를 섞어버린다.


존재에 대한 존중과
행동에 대한 평가를.


이 지점에서
한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일인분은 하고 싶은데, 그게 너무 어렵다.”


이 말은 단순한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에게 ‘일인분’은 역할이 아니라,


존재가 허용되기 위한 최소 조건이었다.

그래서 그는
잘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존재와 몫은
같은 자리에 놓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존재는 존중의 대상이고,
몫은 선택과 책임의 영역이다.


나는 여전히
모든 방식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어떤 태도는 불편하고,
어떤 관계는 거리를 두고 싶다.

그렇지만 이제는 안다.


존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워지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걸.


존재와 몫을 구분하기 시작할 때,
사람은 비로소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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