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포유
칼럼 포유
칼럼 포유

이해는 늦게 도착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6 08:41 조회137회 댓글0건

본문

어떤 사람의 태도나 어긋난 순간 하나가
설명보다 먼저 불편함을 남길 때가 있다.


이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생각이 아니라 정서다.
위협을 감지하는 뇌의 빠른 경로, 편도체가 즉각적으로 활성화되며
이유를 알기 전부터 ‘찜찜함’이라는 감각이 형성된다.


곧이어 기억 체계가 작동한다.
해마는 현재의 장면과 유사한 과거 경험을 호출하고,
이미 지나간 감정의 결을 현재 위에 덧씌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기보다,
이미 한 번 겪었던 감정의 연장선 위에서 반응하게 된다.


이 과정은 몸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목이 조여오고, 어깨와 가슴이 긴장하며,
설명되지 않는 불편이 점점 구체적인 감각으로 자리 잡는다.


그 후에야 비로소 인지적 이해가 따라온다.
전두엽은 앞선 반응들을 정리하며 하나의 문장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그때 그 자리에 다시 가지 않았지.”


상담 장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자주 발생한다.
한 내담자는 불편한 상황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럴 수도 있죠”라고 빠르게 정리했다.
감정이 올라오기 전에 이해로 도달해, 느끼는 과정을 건너뛰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이 순서가 바뀌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감정은 항상 먼저 오고, 이해는 그 뒤를 따른다.
그럼에도 이해를 앞세우는 전략은
일시적으로는 안정감을 주지만,
감정이 충분히 처리되지 못한 채 남게 만든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건너뛰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일이다.


숨을 천천히 고르고,
몸의 긴장을 느끼며,
현재의 안전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


“나는 지금 안전하다.”
“이 감정은 지나갈 수 있다.”


이러한 개입은 뒤늦게 도착한 이해가
앞서 형성된 감정 반응을 완화하도록 돕는다.


찜찜함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그 강도는 낮아지고,
우리는 그 감정에 휩쓸리지 않은 채
함께 머무를 수 있게 된다.


이해는 언제나 늦게 도착한다.
그리고 그 순서를 허용할 때,
비로소 감정은 지나갈 수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