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 놓은 장면들에 대하여-돌아오는 풍경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본문
상담실의 풍경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씩 놓이기까지의 시간이 있다.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장면들,
설명하기 어려운 끌림을 따라
조금씩 자리를 잡은 것들이다.
동그란 거울 위에 내려앉은 나비,
겹겹이 나이테를 품은 나무,
조용히 서 있는 숲의 이미지,
물가를 떠올리게 하는 작은 풍경들.
이 장면들은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놓인 것이 아니다.
그저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놓여 있다.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이 풍경들과 마주한다.
어떤 이는
잠시 시선을 머물게 하고,
어떤 이는
사진으로 남기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이는
조용히 말한다.
“바다를 보니 마음이 편해지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상담실에는 지금의 풍경과 함께
그 사람 안에 오래 머물러 있던 풍경도
함께 찾아온다.
사람에게는
몸이 먼저 기억하는 장면들이 있다.
나무 아래 드리운 그늘,
물결을 오래 바라보던 오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을 수 있었던 자리.
그 기억은
말보다 먼저
몸과 마음을 움직인다.
상담실에 놓인 풍경은
그 기억을 억지로 끌어내기보다,
자연스럽게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조용히 자리를 내어주는 역할에 가깝다.
그래서 이 공간은
새로운 것을 채워 넣는 곳이라기보다,
이미 내 안에 있었지만
잠시 잊고 지냈던 감각과
다시 연결되는 자리일 수 있다.
이 공간에 놓인 풍경들 속에는
나 역시 오래 품어 온 기억이 스며 있다.
어린 시절 마주했던 나무와 물,
말없이 머물 수 있었던 공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던 장면들.
그 기억들이
조금씩 이 공간의 모습이 되었다.
융은 삶의 후반기에
볼링겐 타워(Bollingen Tower)를 지으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그에게 그 공간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다시 만나는 자리였다.
여원심리상담센터도
그런 의미의 공간이기를 바란다.
잊고 있던 풍경이
조용히 돌아올 수 있는 곳,
잠시 머물며
자신의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자리.
상담은
무언가를 새롭게 채워 넣는 시간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존재하고 있었던 풍경으로
천천히 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