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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기로 존재를 확인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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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4-06 04:27 조회146회 댓글0건

본문

우리는 훔치면서 존재를 유지한다.

물건이 아니라, 상태를.

 

어떤 사람은 안정감을,

어떤 사람은 관계의 온기를 훔친다.

누군가는 타인의 시선을,

누군가는 그 안의 자리를 훔친다.

 

이 훔치기는 범죄가 아니다.

대개는 들키지 않고,

때로는 스스로도 모른 채 이루어진다.

 

그래서 오래 지속된다.

 

세상의 모든 계절에는

타인의 삶에 머무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녀는 잘 가꿔진 집을 찾아가

식탁에 앉고,

대화를 듣고,

온기를 조금 더 오래 쥐고 있으려 한다.

 

그 장면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익숙하다.

 

초대받은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일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편안함이

‘내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경계는 무너진다.

 

그녀는 자기 삶의 부재를

그 집의 일부가 되어 채우고 싶어 한다.

정확히는

그 집이 가진 상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 집의 아들에게

감정이 향한다.

 

그건 사랑이라기보다

그 삶 안으로 들어가려는 욕망에 가깝다.

 

우리는 여기서 불편해진다.

 

그녀가 훔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훔치기는

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라지지 않기 위한 것이다.

 

어린 시절,

사랑이 부족했던 자리에서

사람은 배운다.

 

끌어당기는 법을.

 

눈빛 하나,

칭찬 한 조각,

잠깐의 온기라도

내 쪽으로 당겨

내가 여기에 있음을 확인하는 법을.

 

그때의 훔치기는

욕심이 아니다.

 

존재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그 방식이 멈추지 않을 때 생긴다.

 

자기 삶을 가꾸지 못한 채

타인의 삶에 기대어

그 안에서 자신을 확인하려 할 때,

 

그 사람은 계속

타인의 계절에 손을 넣는다.

 

하지만 그 손은

끝내 어디에도 닿지 못한다.

 

정원은 빌릴 수 있어도

계절은 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누군가는 삶을 가꾸고,

누군가는 그 삶에 머문다.

 

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다.

 

그 경계를 넘는 순간,

훔치기는 시작된다.

 

우리는 언제까지

훔치며 존재를 확인할 것인가.

 

훔치지 않고도

여기에 있을 수 있는 순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아마도 시작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맥박이 들릴 때일 것이다.

 

세게 뛰지 않아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을 듣는 순간,

사람은 더 이상

타인의 빛을 세지 않는다.

 

그리고 알게 된다.

 

나는

훔치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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