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의 마지막 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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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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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자신이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려고 한다.
약속을 지키고,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 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이 해야 할 몫을 다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책임감이 강할수록 때때로 한 가지를 놓치기도 한다.
정작 그 모든 책임을 감당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책임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일은 잘해내면서도 지친 자신은 돌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은 살피면서도 자신의 힘겨움은 뒤로 미룬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부터 찾으면서도 자신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는 나중에 생각한다.
“내가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지?”
라는 질문에는 익숙하지만,
“이 일을 해내는 동안 나는 어떤 상태가 되어가고 있지?”
라는 질문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자기 관리는 자기 통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힘들어도 해야 할 일을 하고, 화가 나도 감정을 조절하고,
억울해도 상황에 맞는 답을 찾고, 지쳐도 자신을 다시 추스른다.
이런 태도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통제하고 책임지는 능력 덕분에 어려운 상황을 지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돌봄이 빠지면 책임감은 어느 순간 자기 소모가 될 수 있다.
책임을 다하는 동안 정작 책임을 수행하는 사람의 마음과 몸이 계속 뒤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기돌봄은 책임감의 반대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책임감의 범위를 조금 더 넓힐 필요가 있다.
내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그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책임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그러면 질문도 달라진다.
“내가 이것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가?”에서 멈추지 않고,
“이것을 해내는 과정에서 나는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를 함께 묻게 된다.
때로는 쉬는 것이 책임일 수 있다.
거절하는 것이 책임일 수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책임일 수 있다.
지금은 하지 않는 것이 나를 지키기 위한 책임일 수도 있다.
내가 계속 살아가야 하고, 계속 일해야 하고,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면
그 모든 일을 수행하는 나를 돌보는 것 역시 내가 맡아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책임감이 강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을 덜 지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책임의 범위를 자기 자신에게까지 넓히는 것일 수 있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 일과 상황에 대한 책임을 다해왔다면,
이제 그 책임의 마지막 한 자리에 자기 자신을 앉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묻는 것이다.
“나는 지금 괜찮은가?”
“무엇이 필요한가?”
“계속 이렇게 가도 되는가?”
이 질문들은 나약함을 증명하는 질문이 아니다.
오히려 나 자신을 끝까지 데리고 살아가기 위한 책임의 질문이다.
책임의 마지막 한 자리는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한 자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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