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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과 1/n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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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9-23 12:51 조회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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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볼수록 잘 보이는 것이 있고, 멀리 볼 때만 보이는 것이 있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면 그 차이를 유난히 크게 느꼈다.


운동장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뛰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모두 비슷해 보이는 작은 아이들이다. 

그런데 부모는 그 많은 아이들 사이에서 자기 아이를 찾아낸다.


‘저 아이가 내 아이야.’


그 순간부터 다른 아이들은 배경이 되고, 

내 아이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크게 들어온다. 잘 달리면 기쁘고, 넘어지면 가슴이 철렁한다.


내 아이가 특별하게 보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다시 운동장 전체를 바라보면 내 아이도 수많은 아이 가운데 한 명이다.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아이다.


그래서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내 아이를 가까이 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본 뒤 다시 멀리 볼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상담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는 부모가 많은 사람을 돌보거나 책임지는 역할에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부모를 둔 자녀들 가운데 자신의 부모가 자신을 ‘1/n’처럼 대했다고 느꼈고, 그것이 상처였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었다.


보육시설처럼 여러 사람을 돌보는 일을 하는 부모를 둔 자녀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부모에게는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나는 부모에게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구나.’


공동체에서는 1/n이 필요하지만,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는 1/n으로만 존재할 수 없다.


아이는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면서 동시에 부모에게는 하나뿐인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 아이만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어려움을 만든다.


내 아이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너무 커지면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을 공격하게 될 수도 있다. 

내 아이에게 일어난 일만 크게 보이고, 상대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면 어떤 모습인지 놓치게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1/1이냐 1/n이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1/1과 1/n을 함께 볼 수 있는 시선.


내 아이를 충분히 가까이 보면서도 내 아이만 보지는 않는 것. 

한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들여다보면서도 그 사람이 속한 관계와 공동체까지 함께 바라보는 것.


이런 시선은 부모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상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다.


상담자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아주 가까이에서 듣는다.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했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무엇 때문에 힘든지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하지만 때로는 그 사람을 조금 멀리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이 상담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상담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까지 바라보면 같은 행동도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


예전에 NLP를 배우면서 ‘줌인’과 ‘줌아웃’이라는 개념을 익힌 적이 있다.


가까이 가면 세부적인 것이 보이고, 멀리 가면 전체적인 맥락이 보인다. 

어느 쪽이 더 정확한 시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필요한 순간에 거리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가까이에서는 한 사람의 아픔이 보이고, 멀리에서는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가까이에서는 내 아이의 특별함이 보이고, 멀리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보인다.


가까이에서는 나와 상대의 차이가 크게 보이고, 멀리에서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보인다.


그러니 필요한 것은 적절한 거리를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거리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충분히 가까이 보고, 필요할 때 충분히 멀리 보는 것.

한 사람을 1/1로 바라보면서도 그 사람이 1/n으로 살아가는 공동체를 함께 볼 수 있는 것.


어쩌면 사람을 제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한 가지 거리에서 오래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가까워지고 필요한 만큼 멀어질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1/1과 1/n 사이에는 그렇게 사람을 온전히 바라보기 위한 시선의 자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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