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에게만 있는 풍경의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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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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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는 미래를 꿈꾸는 시간이 많았다.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집, 조금 더 여유로운 삶, 아이들이 자라 독립한 뒤의 삶.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간이 많았으니 앞으로 어떤 좋은 일이 생길지 기대하며 현재를 살았던 것 같다.
신혼 때 작은 아파트를 하나 구입한 적이 있다.
당시 가까이 지내던 이웃들이 하나둘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고, 아이의 친구들도 거의 사라졌다.
나도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공부방을 새로운 아파트에서 시작하기 위해 이사를 하면서 그 집을 팔았다.
당시 그 아파트의 가격은 7,500만 원이었다.
지금 다시 그곳을 구입하려면 몇 배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가끔 생각한다.
그때 그곳이 좋은 줄 알았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운 것은 집값만이 아니다.
그곳에서 살던 나의 나이, 아이가 어렸던 시절,
그때의 이웃과 일상의 풍경까지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더 크게 느껴진다.
비슷한 경험을 다른 곳에서도 했다.
그때는 더 나은 것을 향해 움직인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내가 떠나온 곳에도 이미 좋은 것이 많이 있었다.
다만 그때의 나는 그것의 값을 충분히 알지 못했다.
아이들을 키울 때도 그랬다.
아이들이 주는 행복은 분명 컸지만, 때로는 버거웠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돈이 많이 들 때면 빨리 독립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이 모두 독립하고 집에 없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알게 된다.
아이들이 그 공간에 있다는 것은 단순히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만은 아니었다.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 무언가를 먹는 소리, 집 안을 오가는 기척.
그때는 너무 익숙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이제 그 기척이 사라진 자리에서야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이었는지 알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지금이 내 삶에서 가장 좋은 때일 수도 있지 않을까.
미래에 더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더 좋은 집을 만날 수도 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고, 지금보다 편안한 시간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의 행복을 기다리느라 오늘을 지나쳐버린다면,
언젠가 다시 오늘을 돌아보며 같은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도 참 좋았는데,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구나.
여행을 하던 젊은 시절에는 사진과 영상을 많이 찍었다.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금도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 사진들을 다시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다.
다시 그곳에 갈 수 있다면 조금 다르게 하고 싶다.
사진을 남기는 것보다 그날의 바람을 느끼고,
파도 소리를 듣고, 눈앞의 풍경을 오래 바라보고 싶다.
남기는 삶에서 경험하는 삶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의 바다를 사진으로 남기는 것도 좋지만,
오늘의 내가 그 바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충분히 경험하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더 중요하다.
상담을 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같은 내담자를 만나더라도 오늘의 그 사람과 다음 회기의 그 사람은 다르다.
같은 이야기를 다시 하더라도 그날의 정서에 따라 다른 말이 나온다.
상담자인 나에게도 그 순간에만 들리는 말이 있다.
때로는 내담자가 아직 자기 언어로 말하지 못하는 것을 내가 대신 말해줄 때도 있다.
마치 그 사람 안으로 잠시 들어간 것처럼, 그 사람이 듣고 싶었던 말을 내가 먼저 건네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에만 나오는 말도 있다.
미리 준비해둔 말이 아니라,
오늘의 나와 오늘의 내담자가 만났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생겨나는 말이다.
그것은 기록으로 남길 수는 있어도 똑같이 다시 만들 수는 없다.
생각해보면 삶의 많은 것들이 그런 것 같다.
아이들이 집에 있던 풍경도, 작은 아파트에서 살던 풍경도,
젊은 날 여행지에서 바라보던 풍경도,
상담실에서 누군가와 마주 앉아 나누었던 한마디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같은 장소에 다시 갈 수는 있지만 그때의 나는 없다.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는 있지만 그날의 내가 아니고, 그날의 그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이제는 미래를 꿈꾸면서도 가끔 현재를 바라본다.
혹시 지금 내가 가진 것 중에서 아직 그 값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미래에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는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하지만 그 기대 때문에 오늘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지는 않다.
오늘의 나에게만 있는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그 풍경은 내일 다시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닐지도 모른다.
같은 바다도, 같은 집도, 같은 사람도 내일의 나에게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니 행복을 나중에 알아보겠다고 미루지 말아야겠다.
오늘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한번 바라보고,
오늘만 들리는 말을 한번 더 듣고, 오늘만 느낄 수 있는 기척을 조금 더 느껴보는 것.
오늘의 나에게만 있는 풍경이라면, 그 값을 알아보는 것도 오늘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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