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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통행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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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9-16 10:47 조회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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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관계를 살아가면서 때때로 보이지 않는 비용을 지불한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약속을 지키고,
때로는 내가 원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도 한다.


관계를 위해 어느 정도의 양보와 배려가 필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군가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은
때로 내 마음만을 기준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관계가 중요해질수록
그 비용을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는지는 어려운 문제가 된다.


특히 서로에게 중요한 것이 다를 때 그렇다.


두 사람 모두 소중하고,
두 관계 모두 지키고 싶지만
시간과 거리, 현실적인 조건 때문에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누군가는 실망할 수 있다.


그때 우리는 마음속으로
상대의 표정을 먼저 살핀다.


‘내 선택 때문에 마음이 상하지 않을까.’

‘이 선택이 관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내가 조금 양보하면 모두가 편해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배려가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나의 선택까지 대신하게 될 때다.


상대가 실망하지 않도록 내가 포기하고,
관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내가 물러서고,
서로의 마음이 불편해지지 않도록
내 마음을 뒤로 미루는 일이 익숙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양보가 배려인지,
두려움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내가 정말 상대를 위해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상대가 실망하는 모습을 견디기 어려워서
내가 나를 포기한 것인지.


이 둘은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마음에서 지불하는 비용은 전혀 다르다.


배려에는 내가 선택했다는 감각이 남지만,
두려움에서 비롯된 포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억울함이나 서운함이 남기도 한다.


그래서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서로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나의 선택에 실망할 수 있다.


내가 기대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상대 역시 내가 원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때 관계가 잠시 불편해지는 것은
관계가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닐 수 있다.


서로 다른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대로 견디는 시간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이에도
모든 선택이 같을 수는 없다.


오히려 서로 다른 선택을 하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존중할 수 있을 때
관계는 조금 다른 깊이를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의 모든 기대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


당신도 나를 사랑하지만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선택해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사랑할 수 있다.


어쩌면 성숙한 관계란
서로를 위해 무엇이든 포기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 때문에 사랑까지 의심하지 않는 관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관계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포기가 정말 내가 기꺼이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관계가 끊길까 두려운 마음 때문에
나도 모르게 나를 뒤로 물리고 있는 것인지.


사랑에는 분명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랑을 계속하기 위해
반드시 내가 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를 선택하는 것과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서로 반대편에 놓여 있지 않다.


어쩌면 사랑에는
처음부터 통행료가 필요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사랑이 끊길까 두려운 마음이
사랑으로 가는 길에
스스로 값을 매겨놓았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길을 오래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사랑받기 위해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 중에는
처음부터 지불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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