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은 어디에서 태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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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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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하늘을 보았다.
분명 하늘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바다처럼 느껴졌다.
여러 겹의 하늘빛이 포개져 있었다.
밝은 빛 사이로 조금 어두운 빛이 겹치면서 명암이 생겼고,
그 명암을 따라 평면이어야 할 하늘에 깊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 깊이 때문이었을까.
하늘이 바다처럼 보였다.
그 앞을 지나가는 구름은 마치 깊어진 수면 위에 떠 있는 것 같았다.
그때는 그저 신기한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녁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하늘이 다시 떠올랐다.
상상력은 어디에서 태어날까.
어쩌면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는 사이에서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늘과 바다가 하나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빛이 겹치고,
명암이 생기고,
그 사이에 깊이가 만들어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작은 변화가
하늘을 바다처럼 보이게 했다.
사람 사이의 ‘사이’도 그런 것일까.
경계가 흐려지면 때로는 내 것이 아닌 것을 떠안게 된다.
내 감정인지 상대의 감정인지,
내 책임인지 상대의 책임인지
분명하지 않아지는 순간이 있다.
그때의 사이는 무겁다.
하지만 모든 경계가 선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상상의 세계에서는
서로 다른 것들이 조금 포개질 수 있다.
나와 너는 여전히 나와 너이면서,
그 사이에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닌 생각 하나가 생길 수 있다.
하늘은 여전히 하늘이고
바다는 여전히 바다인데,
잠시 서로의 빛을 빌려
전에는 없던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어쩌면 의미도 그 뒤에 오는 것인지 모른다.
처음부터 의미가 있어서 무언가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다른 기억이나 생각과 포개지고
그 사이에 새로운 깊이가 생긴 뒤에야
우리는 그것에 의미를 붙인다.
오늘 내가 본 하늘처럼.
처음에는 그저 하늘이었는데
빛의 중첩이 깊이를 만들고,
그 깊이가 바다를 불러왔다.
그렇다면 상상력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힘이라기보다
이미 있는 것들 사이에
아직 보이지 않던 깊이를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임의 경계는 분명하게 남겨두면서도
상상의 사이에는 조금 여백을 남겨두는 것.
주어는 분명하게,
사이는 열어두는 것.
그 사이에서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무언가가 생겨난다.
어쩌면 상상력은
서로 다른 것들이 포개지는 순간,
그 사이에 생겨난
작은 깊이에서 태어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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