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사람보다 커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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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이 가진 자리에서 일정한 권한을 갖는다.
직책에는 직책의 권한이 있고,
주인에게는 주인의 권한이 있으며,
어떤 공간을 관리하는 사람에게도 그 공간에 관한 권한이 있다.
문제는 그 권한의 크기가 어느 순간 사람의 크기보다 커질 때 생긴다.
자신이 가진 권한을 행사하는 것과
그 권한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위치까지 낮추는 것은 다른 일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것이 있다.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구분하는 것,
사실과 감정을 구분하는 것,
내가 가진 권한과 상대방의 존엄을 구분하는 것.
불편한 일이 있다면 말할 수 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까지 상대에게 그대로 건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사람은 자신이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에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그 공간의 주인이 곧 관계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자기 집에서는 자신의 방식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공간을 벗어나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규칙이 있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그 자리에서 주어진 권한이지,
그 사람 자체가 다른 사람보다 더 큰 존재라는 증명은 아니다.
어쩌면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아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해서는 안 되는 것,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과 상대가 결정할 몫,
내 감정과 상대에게 전달해야 할 내용.
이 경계가 분명할수록
사람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다른 사람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어느 자리에 있는가보다
그 자리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일 것이다.
자리가 사람보다 커지는 순간,
권한은 관계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을 누르는 힘이 되기 쉽다.
반대로 자신의 자리가 자신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권한을 가지고도 상대를 작게 만들지 않는다.
자리는 잠시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사람은 그보다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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