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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지 못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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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9-18 15:05 조회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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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해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


누군가를 챙기는 것은 익숙하다.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상대에게 건네는 동안에는 내가 누구인지도 비교적 분명하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를 챙겨주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빚을 진 것 같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돌려줘야 할 것 같기도 하다.


때로는 내가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편할 수도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모습을 만날 때가 있다.


자신이 다른 사람을 돕고 챙기는 것은 자연스럽게 여기면서도, 

정작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다.


여기에는 ‘쓸모 있음’이 자신의 중요한 정체성이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다.
나는 필요한 사람이다.
나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이 자리는 익숙하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한 가지 방향만 있을 수 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다.


정작 빠져 있는 것은


내가 나에게도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일 수 있다.


남에게 필요한 것은 잘 알아차리는데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는 잘 모른다.
남에게 해줄 것은 많은데 나에게 해줄 것은 막연하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은 자연스러운데 나를 돌보는 일은 어색하다.


그러니 누군가가 나를 위해 움직이는 순간 자리가 바뀐다.

이번에는 내가 받는 사람이 된다.

이때 받는 것은 단순한 도움 이상의 의미가 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해주지 않았는데도 상대가 나에게 무언가를 주고 있다.’


그래서 빚을 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무엇인가를 돌려주어야 할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더 깊게는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의 익숙한 자리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문제는 쓸모 자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쓸모의 방향에 자신이 빠져 있었던 것일 수 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나에게도 쓸모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차리고,
내 몸과 마음을 돌보고,
내가 원하는 것을 허용하고,
필요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 역시 나에게 쓸모 있는 행동이다.


이런 마음은 물질적인 도움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선물을 받는 것,
돌봄을 받는 것,
도움을 받는 것뿐 아니라
칭찬이나 인정, 관심과 애정을 받는 것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칭찬을 들으면 얼른 부정하거나 축소하는 사람도 있다.


겸손해서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상대가 자신에게 좋은 것을 건네는 순간을 오래 머물러 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받지 못하는 마음’은 단순히 도움을 거절하는 마음이 아니다.


상대가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어려운 마음일 수 있다.


왜 이런 마음이 생겼을까 생각하다 보면 어린 시절의 관계까지 내려가게 된다.


가족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가.
누군가를 돌보는 아이였는가.
양보하는 아이였는가.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였는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아이였는가.


그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사랑받고 소속되는 방식이었다면,
‘나는 해주는 사람’이라는 감각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주는 것은 관계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는 일이지만, 

받는 것은 오히려 그 자리를 잠시 내려놓는 일이 된다.


나는 무엇을 해주지 않아도 이 관계 안에 있어도 되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나에게 좋은 것을 건네는 것을 받아도 되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자신에게도 돌아온다.


나는 나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고 있는가.


어쩌면 ‘받는 능력’을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남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 역시 돌봄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것.
내가 쓸모를 증명하지 않아도 나를 돌볼 수 있는 것.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해주는 것만큼, 나에게도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것.


쓸모는 나의 일부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존재 전체일 필요는 없다.


쓸모 있는 사람으로 살아온 사람에게 빠져 있던 것은 쓸모가 아니었다.


그 쓸모의 방향에 자신이 빠져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쓸모 있는 사람인 동시에

나에게도 쓸모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받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나에게 건네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도,
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건네는 일도
모두 나를 삶의 자리에 포함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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