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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두껍게 만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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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9-19 05:45 조회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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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시간 사이를 오간다.


미래를 생각하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게 되고,


과거를 돌아보면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하거나
그때의 자신을 자책하기도 한다.


그래서 불안은 미래로 가고,
후회와 자책은 과거로 돌아가는 마음의 움직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현재에 머문다는 것은
단순히 지금 이 순간을 의식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상담을 하다 보면
불안을 기저에 깔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날 때가 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가능성을 미리 떠올리고,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미래에 가 있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도
혹시 바퀴가 빠져서 사고가 나면 어떡하지 생각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위험을 현재로 불러온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런 사람이 현재에 있을 때조차
가만히 머물러 있기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일을 도와주고,
해야 할 일을 찾아 움직이고,
자신의 일보다 다른 사람의 필요를 먼저 챙기기도 한다.


겉으로 보면 매우 부지런하고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재에 행동하고 있다는 것과
현재에 충분히 머물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에도
정작 자기 삶은 뒤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일을 처리하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잠시 뒤로 미뤄둘 수 있다.


그러다 보면 현재는
삶을 살아가는 시간이 아니라
무언가를 처리하고 지나가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현재에 집중하세요”라는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현재를 두껍게 만드는 일이 필요할 수 있다.


현재를 두껍게 만든다는 것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지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살펴보고,
내 몸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오늘 내가 해야 할 나의 일을 챙기고,
내게 필요한 휴식과 즐거움에도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누군가의 부탁을 받았을 때
곧바로 달려가기 전에


‘지금 나는 이것을 할 여유가 있는가.’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나는 정말 이것을 하고 싶은가.’

한 번 묻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삶이 현재로 돌아올 수 있다.


불안이 올라올 때도 마찬가지다.


“사고가 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억지로 없애려 하기보다

‘지금 나는 차 안에 있다.’
‘아직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지금 이 길을 지나가고 있다.’

라고 실제 현재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미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빼앗긴 현재를 다시 가져오는 것이다.


과거도 마찬가지다.

지나간 일을 돌아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과거는 경험이 될 수 있고
다음 선택을 위한 지혜가 될 수도 있다.


다만 과거의 장면 속에 계속 머물러
후회와 자책으로 현재를 소진한다면
과거가 현재보다 더 큰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미래와 과거는
우리 삶에서 없어져야 할 시간이 아니다.


과거에서는 경험을 가져오고,
미래에서는 계획을 가져오되,

삶의 중심 자리는 현재에 돌려놓는 것.


그것이 현재를 두껍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불안은
미래를 크게 만든다.


후회와 자책은
과거를 크게 만든다.


그렇다면 회복은
현재를 크게 만드는 일일 수 있다.


현재가 충분히 두꺼워지면
미래의 가능성이 나를 압도하지 않고,
과거의 기억이 나를 붙잡아두지도 않는다.


과거는 내 뒤에 있고
미래는 내 앞에 있지만,

나는 그 사이에 있는
오늘의 나로 살아갈 수 있다.


현재를 두껍게 만든다는 것은
시간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삶에 내가 충분히 들어가 사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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