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어디까지 깊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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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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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공감을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거나 함께 느끼는 것으로 생각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으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한다.
상대의 생각과 관점을 이해하는 것이 인지적 공감이라면,
상대가 느끼는 감정을 정서적으로 함께 느끼거나 반응하는 것은 정서적 공감에 가깝다.
그렇다면 공감은 어디까지 깊어질 수 있을까.
공감의 깊이를 다섯 단계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사실을 알아주는 것이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상대가 경험한 일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오늘 이런 일을 겪었구나.”
공감은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두 번째는 감정을 알아주는 것이다.
“많이 속상했겠구나.”
“당황했겠구나.”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경험한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는 단계다.
여기서 정서적 공감이 본격적으로 작동한다.
자기 자신에게도
“나는 생각보다 많이 서운했구나.”
라고 말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다.
같은 사건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의 크기는 다르다.
그 차이를 이해하려면 그 사람이 살아온 경험과 현재의 상황을 함께 보아야 한다.
“이번 일을 많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더 서운했겠구나.”
“최근에 비슷한 일이 반복되어서 이번 일이 더 크게 느껴졌겠구나.”
자기 자신에게도
“내가 이 상황에서 이렇게 느낀 데는 이유가 있었구나.”
라고 바라볼 수 있다.
네 번째는 욕구를 알아주는 것이다.
감정에는 대개 그 감정이 향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
서운함 뒤에는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고, 화 뒤에는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으며,
불안 뒤에는 안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이렇게 묻게 된다.
“이 사람은 무엇을 원하고 있었을까?”
“사실은 중요하게 여겨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혼자 있고 싶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자기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었지?”
이 질문은 자기비난을 자기이해로 바꾸기도 한다.
다섯 번째는 존재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사실과 감정, 맥락과 욕구를 한 사람의 삶 안에서 연결해보는 것이다.
“이 사람에게는 관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의미였겠구나.”
“이 사람에게 세상은 이런 경험을 통해 그렇게 보이게 되었을 수도 있겠구나.”
자기 자신에게도
“나는 내가 살아온 자리에서 세상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구나.”
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지점에 이르면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은 서로 만나게 된다.
상대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상대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생각과 감정, 경험과 욕구를 함께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사람이 서 있는 자리를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해와 동의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상대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 행동이 나온 자리까지 이해할 수 있다.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한 행동을 모두 옳다고 할 필요는 없지만,
그 행동을 했던 나에게도 그렇게 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은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공감은 타인에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
타인에게
“왜 저렇게 하지?”라고 묻던 마음을
자신에게도
“나는 왜 또 이랬지?”라고 묻는 대신
“그때의 나는 무엇을 느꼈고, 무엇을 원하고 있었을까?”라고 물어볼 수 있다.
타인을 이해하듯 자신을 이해하는 것.
어쩌면 자기공감은 타인에게 사용하는 깊은 시선을 자기 자신에게도 돌려주는 일인지 모른다.
그리고 공감이 충분히 깊어진 다음에는 지지가 가능해진다.
“당신이 그렇게 느낀 이유를 알겠어.”
에서 멈추지 않고,
“그렇다면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 욕구를 어떻게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를 함께 생각하는 것이다.
지지는 상대의 모든 행동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의 욕구와 삶을 더 잘 돌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공감은 어쩌면 상대의 자리까지 가보는 일이고,
지지는 그 자리에서 다시 그 사람이 자기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인지도 모른다.
공감은 감정을 함께 느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실을 보고, 감정을 알아주고, 맥락을 이해하고,
욕구를 발견하고, 마침내 그 사람이 서 있는 존재의 자리까지 바라보는 것.
어쩌면 공감의 깊이는 얼마나 많이 느끼느냐보다
얼마나 깊이 바라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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