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생겨난 것은 없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본문
사람은 혼자 생겨난 존재가 아니다.
가만히 나의 몸을 들여다보면,
이 몸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부모로부터 생명을 받았고, 그 생명은 다시 이전 세대로부터 이어져 왔다.
여기서 말하는 생명은 단지 생물학적인 의미만은 아니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은 몸만이 아니다.
언어와 기억, 삶의 방식과 가치, 관계의 경험과 시대의 흔적도 함께 이어진다.
이렇듯 부모가 살아온 삶에는 그들이 속했던 사회와 역사가 들어 있다.
그들이 어떤 시대를 살았는지,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왔는지, 무엇을 배우고 경험했는지는
그들의 삶을 이루는 조건이 되었고, 그것은 다시 자녀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고 보면 한 사람의 몸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들어 있다.
나의 몸 → 부모로부터 받은 생명 → 사회와 역사 → 지구 → 우주.
처음에는 이것을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씩 따라가 보면 어느 것 하나 나와 떨어져 있지 않다.
부모의 삶을 가능하게 한 것은 그들이 살아온 사회였고,
그 사회에는 지구가 들어 있다.
사람들이 먹고, 입고, 집을 짓고, 이동하고, 생산하며 살아가는 모든 과정은 지구가 제공하는 물질과 환경에 기대고 있다.
물과 흙, 나무와 금속, 식량과 에너지뿐 아니라 기후와 지형, 바다와 강, 토지와 자원까지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사회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바탕이 된다.
그러니 사람이 만든 사회라고 해서 사람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사회에도 지구가 들어 있다.
그리고 지구 역시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는 우주라는 더 큰 조건 안에 놓여 있다.
이렇게 하나의 존재를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나의 몸을 들여다보면 부모에게서 받은 생명이 보이고,
그 생명을 들여다보면 부모가 살아온 사회와 역사가 보이고,
그 사회를 들여다보면 지구의 물질과 환경이 보이고,
지구를 바라보면 다시 더 넓은 우주가 보인다.
하나의 존재를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이미 전체의 흔적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를 떠올리게 한다.
어떤 것도 홀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조건과 관계 속에서 생겨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바라볼 때도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누가 잘못했을까?”
그 질문보다 먼저,
“어떤 조건들이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왔을까?”
라고 묻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책임과 비난은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의 조건을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영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그것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는 다시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어쩌면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마음이라고 생각했던 것 안에도 내가 살아온 관계와 언어가 있고,
그 관계와 언어 안에는 가족과 사회가 있으며,
그 모든 것은 내가 살아가는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다 보면 세계를 만나고,
세계를 생각하다 보면 다시 내 마음으로 돌아오게 되는지도 모른다.
나를 이루는 것은 나만이 아니다.
부모가 있고,
그들이 살아온 사회와 역사가 있고,
그 사회를 품고 있는 지구가 있고,
그 지구를 품고 있는 우주가 있다.
혼자 생겨난 것은 없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그렇고,
이 세계도 그렇다.
하나의 존재 안에는 이미
수많은 존재와 조건의 흔적이 들어 있다.
그러니 나를 깊이 이해하는 일은
나만 들여다보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를 이루어 온 세계까지 함께 바라보는 일일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