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놓이자 몸도 놓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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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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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내가 살아난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마음속에서 오래 붙들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알아차리고 내려놓았다.
어떤 것은 감정이었고, 어떤 것은 오래된 긴장이었으며,
어떤 것은 내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삶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몸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오른쪽 팔과 견갑골 주변이 불편했다.
나는 오른손잡이이기도 해서 평소 오른쪽 팔을 많이 사용했다.
십 년쯤 전 자격시험을 준비하면서 주관식 답안을 반복해서 쓰느라 오른쪽 어깨와 손목에도 통증이 생겼고,
시험이 끝난 뒤에는 몸이 무너질 정도로 힘들었다.
그 후 추나요법이나 침, 도수치료 등을 오래 받았다.
좋아졌다가 다시 불편해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때 나는 그 통증을 하나의 대가처럼 받아들였다.
‘그때 그렇게 공부했으니 이 정도는 평생 가지고 가야 하나 보다.’
그러다 침을 맞고 누워 있거나 도수치료를 받으면서 문득 생각했다.
‘내 몸을 남의 손에만 맡겨두지 말고, 내가 직접 돌보는 방법도 찾아보자.’
그것이 내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다.
그때부터 여러 운동을 시도했다. 수영도 하고, PT도 받고, 요가와 배드민턴, 탁구, 등산도 해보았다.
그러다 재활적 성격을 가진 운동으로 발전해온 필라테스를 알게 되었고,
내 몸의 불편한 부분과도 잘 맞는 것 같아 시작했다.
그렇게 필라테스를 4년 넘게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동안 몸을 방치했던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꽤 오랫동안 꾸준히 몸을 돌보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전과 다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트레이너가 견갑골 주변을 마사지해주었을 때 예전에는 하루 이틀 편해졌다가 다시 불편해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어깨가 편안했다.
팔을 계속 사용하고 운동도 했는데 예전처럼 통증이 돌아오지 않았다.
몇 년 동안 불편했던 왼쪽 팔의 불편감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그런데 왼쪽이 편안해질 무렵 잠시 오른쪽 팔이 불편해졌다.
2~3일 정도 지나자 그 불편감마저 사라졌다.
운동을 하고 나면 생기던 허리의 불편감도 거의 없어졌다.
마침 몸의 움직임에서도 작은 변화가 나타났다.
플랭크 자세를 마치고 돌아오는 동작에서 나는 늘 오른발을 먼저 내리고 왼발이 따라오는 것이 익숙했다.
오른손을 먼저 사용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오른발 우세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몸의 변화가 있을 즈음 양발이 함께 돌아왔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낯설었다.
반복해보니 양쪽 발이 함께 움직였다.
한쪽이 먼저 가고 다른 쪽이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두 발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문득 심리학에서 말하는 신체화를 떠올렸다.
심리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긴장이 신체적인 통증이나 불편감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마음과 몸은 서로 분리된 두 개의 체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반대 방향의 변화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모든 통증이 마음에서 생긴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운동의 축적, 움직임의 변화, 마사지와 회복 등 신체적인 요인도 분명히 함께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번에 경험한 것은 흥미로웠다.
오랫동안 형성되어 있던 것이 반대로 소거되어 가는 과정이었다.
마음에서 오래 붙들고 있던 감정과 긴장을 하나씩 알아차리고 내려놓았다.
그러자 몸에서도 오랫동안 유지되던 불편감과 긴장이 하나씩 줄어들었다.
신체화가 심리적 어려움이 신체적 어려움으로 나타나는 과정이라면,
나는 이번에 그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듯한 경험을 한 셈이다.
마음이 놓여나면서 몸도 함께 놓여나는 것.
나는 이것을 의학적인 인과관계로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마음의 변화와 몸의 변화가 이렇게 가까운 시간 안에서 함께 일어나는 것을 내 몸으로 경험했다는 것이 놀랍다.
긴장이 오래 지속되면 몸도 그 긴장을 유지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한쪽을 더 사용하고, 어느 부위를 보호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그러다 긴장을 유지할 필요가 줄어들면 몸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수도 있다.
그래서 회복은 반드시 몸이 더 강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내 안에서 얽혀 있던 주제들이 하나씩 풀렸다.
마음의 걸림이 거의 사라졌다고 느낄 즈음, 이상하게도 몸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몇 년 동안 나를 따라다니던 통증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먼저 놓여난 것인지, 몸이 먼저 달라진 것인지 알 수 없다.
운동과 마사지처럼 몸에 직접 작용한 변화도 분명히 있었다.
다만 두 변화가 만나는 시점이 너무 절묘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의 걸림이 거의 사라지는 시점과 몸의 통증이 사라지는 시점이 이렇게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을,
오늘의 경험으로 기록해두고 싶었다.
마음이 놓이자, 몸도 놓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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