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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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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9-11 17:23 조회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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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상대를 내 기준으로 해석하거나 판단하기보다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바라보는 것.


그런데 요즘은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의 범위가 조금 넓어졌다.


사람뿐 아니라 사물도, 자료도, 숫자도, 일도
내가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포함해서
있는 그대로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할 때
본줄기를 남기고 잔가지를 빨리 잘라내는 편이었다.


가지가 너무 많으면 전체가 복잡해지니까
중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리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 잔가지에 내 것도 꽤 많이 있었다.


작은 돈, 내 시간, 피로, 불편함, 내가 해야 할 일,
작은 물건 하나, 숫자의 끝자리 하나까지.

그때는 그것들을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많은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작은 것들을 놓아버린 셈이다.


한번은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몫까지 자연스럽게 맡은 적이 있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끌어내고 사업과 연결하는 일은 내가 했고,
상대는 사무실에서 서류를 만드는 일을 도왔다.


그때는 두 일의 무게를 비교해보지 않았다.


나는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일이 익숙했고,
서류를 만드는 일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혼자 글을 쓰고 서류를 만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더 쉽나?’


참 아이러니했다.


내가 잘하는 일과 내가 편하게 느끼는 일을
어쩌면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경험도 떠올랐다.


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만든 자료를
전체 운영을 정리하는 사람에게 넘긴 적이 있다.


그 사람은 많은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중요한 것만 남기고 간략하게 정리했다.


그 자료를 나중에 다시 읽으면서 나는 조금 놀랐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게 아닌데.’


처음에는 그 사람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을 잘라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다른 가능성도 보인다.


어쩌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자료 안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상대가 무엇을 놓쳤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것을 얼마나 분명하게 표현했는지도 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었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
무엇을 잘라내고 있는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얼마나 드러내고 있는지까지
다시 바라보는 일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전체를 보는 데 익숙했던 것 같다.


많은 사람의 필요를 보고,
일의 흐름을 보고,
전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것을 보고,


복잡한 것을 정리해서 본줄기를 남겼다.


그 능력은 분명 나에게 큰 힘이었다.


하지만 본줄기만 보고 있다 보면
내가 보고 있는 것이 곧 전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본줄기에는 잔가지가 붙어 있고
그 잔가지 중 하나에는 나도 있었다.


나는 많은 것을 처리하느라
잔가지를 쉽게 잘라냈고,
그 과정에서 나의 작은 몫도 함께 잘라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삶에는 커다란 구멍 하나보다
작은 누수가 많았는지도 모른다.


몇 만 원쯤, 몇 시간쯤,
조금 피곤한 것쯤,
내가 손해보는 것쯤은 괜찮다고 넘겼던 것들.


5년 전 여러 일이 한꺼번에 터진 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쓰던 에너지를 조금씩 회수해서
나를 위해 쓰기 시작했다.


그때 알게 되었다.


내가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악기도 하고,
혼자 서류도 만들고,
내 일을 하나씩 처리해보았다.


그러면서 조금 놀랐다.


‘나에게 이렇게 많은 것이 있었구나.’


그동안 내가 에너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많은 에너지를 밖으로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돌아보면 아까운 마음도 있다.


그동안 헛되이 흘려보낸 시간과 에너지가 아깝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아까워하는 데서 멈추기보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보아왔는지를 알아차리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모든 것을 세세하게 붙잡고 살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잘라낼 것은 잘라내야 한다.


다만 잘라내기 전에 한 번 보는 것.


‘이것은 정말 없어도 되는 것인가?’


그리고 그 안에 혹시
내 몫이 들어 있지는 않은지 보는 것.


상대가 나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전에
내가 나를 얼마나 드러냈는지도 보는 것.

전체를 보면서도 개별을 놓치지 않는 것.

본줄기를 보면서도 잔가지를 없는 것으로 만들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잔가지 가운데
내가 하나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어쩌면 내가 말해온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이제야 나에게도 향하기 시작한 것인지 모른다.


사람도, 사물도, 자료도, 숫자도, 일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까지.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대상을 그렇게 보고 있는 내 시선까지 바라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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