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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를 먼저 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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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9-12 17:31 조회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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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수기 계약을 하러 갔다.


매장 한쪽에는 아이스크림 냉장고가 놓여 있었고,
그 앞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고객을 위한 아이스크림은 무료입니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틈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요맘때 복숭아맛 아이스크림 하나를 골라 먹었다.


그때 직원이 은박 보냉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꽉꽉 담아가세요.”


나는 봉투를 받아 종류 별로 하나씩 담았다.


센터에 와서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을 넣었다.


‘내가 이걸 다 가져왔네.’


웃음이 났다.


그런데 기분은 참 좋았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왜 주는 것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받는 걸까?


돌이켜보면 나는 누군가가 “가져가세요”라고 할 때


‘얼마나 가져가야 적당할까’ 를 먼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보다 먼저 드는 것은


‘이 사람이 나에게 주고 싶어 하는구나.’


하는 마음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무언가를 받을 때
물건 자체보다 그것을 내어놓은 사람을 먼저 보았던 것 같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본 적이 많아서인지
내가 준비한 것을 누군가 기꺼이 사용해줄 때의 기쁨을 안다.


센터에 놓아둔 간식도 그렇고,
신발장 옆에 놓아둔 의자도 그렇다.


신발을 신는 사람이 잠시라도 편하게 앉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의자를 놓았는데,
어느 날 누군가 그 의자에 앉아 신발을 신는 모습을 보았다.


참 기뻤다.


내가 준비한 것이 누군가에게 잘 쓰이고 있구나.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다른 사람이 내어놓은 것을 볼 때도
나는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성의를 먼저 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만 보이지 않는다.


같은 장면을 보면서


‘얼마나 가져갔는가’,
‘그만큼 필요한가’,


‘적당한 양인가’를 먼저 보는 시선도 있다는 것을 안다.


예전 같으면 그런 시선을
굳이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사람은 같은 장면을 보고도 서로 다른 것을 먼저 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여전히 성의가 먼저 보인다.


다만 그것이 세상을 보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베풂을 기꺼이 받는 것과
얼마나 받는 것이 적절한지를 살피는 것.


둘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 내어놓은 마음을 알아보는 일이고,
필요할 때는 그 마음을 받아 잘 사용하는 일이다.


동시에 이제는
그것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도 함께 볼 수 있다.


어쩌면 성의가 먼저 보인다는 것은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보이더라도
나는 무엇을 먼저 보는 사람인지 아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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