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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함과 비겁함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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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9-12 20:15 조회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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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관계 안에서
자신이 가진 힘을 사용하게 된다.


그 힘은 직위나 권한처럼 눈에 보이는 것일 수도 있고,
사람이 많다는 것, 목소리가 크다는 것,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처럼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힘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사람에게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
비슷한 상황을 다시 만났을 때
과거의 경험이 현재를 해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상대가 잠시 말을 멈춘 것을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느끼거나,


대화의 흐름이 달라진 것을
자신을 밀어내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렇게 느끼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상처를 경험한 사람에게
현재의 작은 신호가 과거의 기억과 겹쳐 보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는 것과
그 해석을 근거로 상대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이유로
상대를 배제하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이용해
더 약한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순간,

상처받은 사람이었던 나는
어느새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어쩌면 비열함은
힘이 없는 사람에게 힘을 사용하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특히 자신이 가진 힘이
상대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불편함이나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
더 약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경우 그렇다.


그런데 관계에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까지 불편해질까 봐,
관계에서 밀려날까 봐,
불이익을 받을까 봐
힘 있는 사람의 흐름을 따라가는 사람.

그 마음에도 이유는 있다.


두려울 수 있다.


자신을 지키고 싶을 수도 있다.


그래서 침묵하는 사람의 마음을
쉽게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두려움이 이해된다고 해서
그 침묵의 결과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침묵하는 동안
그 행동은 계속될 수 있고,
결국 가장 약한 사람이
그 결과를 떠안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을
비열함과 비겁함의 차이로 생각해본다.


비열함은
자신이 가진 힘을 약한 사람에게 잘못 사용하는 것이고,


비겁함은
잘못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안전을 위해 판단을 내려놓는 것
이다.


둘은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곳을 향할 때가 있다.


가장 약한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잃는 곳이다.


그래서 관계 안에서 힘이 작동할 때는
누가 더 강한지를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힘이 누구에게 향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목소리를 잃고 있는지,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의 강한 주장이라고 해서
그것이 곧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확인할 것은 확인하고,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고,
각자가 책임져야 할 몫을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힘의 차이가 큰 관계에서는
가장 약한 사람이 말하기 어려운 이유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동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침묵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성숙한 관계란
힘이 없는 사람이 힘 있는 사람에게 맞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힘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힘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돌아볼 수 있어야 하고,


힘이 적은 사람은
두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판단을 완전히 잃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힘이 생겼을 때
내가 과거에 당했던 방식을
다른 사람에게 되풀이하지 않는 것.


힘이 없을 때
나를 지키기 위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 사이에서
한 사람의 내면이 드러나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대할 때
자신이 가진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서 드러나고,


자신보다 강한 사람 앞에 섰을 때
자신의 판단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는지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힘을 갖는 것 자체가 아닐 것이다.


힘이 생겼을 때도
다른 사람의 존재를 잊지 않는 것.


그리고 힘이 없을 때도
자신의 판단을 완전히 잃지 않는 것.


비열함과 비겁함 사이에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은 어쩌면
힘의 크기가 아니라
힘을 사용하는 사람으로서의 나 자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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