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배치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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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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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직에서 팀을 성과 순위에 따라 나누어 배치하던 때가 있었다.
팀장도, 팀원도 순위가 있었고 그 순서에 따라 팀이 재편되었다.
당시 나의 성과는 가장 높았다.
그래서 당연히 가장 높은 순위의 팀으로 가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왜 다른 팀으로 가게 되었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설명은 단순했다.
“당신이 1등이 아니어서요.”
이상했지만 그때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새로운 팀에서 다시 관계를 만들고 일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한 동료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다른 곳에서 받아주기 어려워하던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을 데려가는 과정에서 내가 다른 자리로 이동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이동한 이유는 성과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배치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의 필요 때문이었다.
그제야 그때의 일이 다르게 보였다.
나는 그동안 함께 일해온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고, 현장에서 서로의 일을 도우며 팀을 만들어왔다.
함께 일하는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시간을 들여 신뢰를 쌓기도 했다.
그렇게 쌓아온 시간과 관계가 있었다.
물론 조직의 필요에 따라 사람은 다른 자리로 이동할 수 있다.
문제는 이동이 아니었다.
왜 이동하는지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사실을 알았다면 나는 반박할 수도 있었고,
내가 그동안 만들어온 관계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받아들일지, 조건을 조율할지, 다른 방법을 찾을지 판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결정된 뒤, 그럴듯한 이유만 전달되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실제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단순한 억울함만은 아니었다.
나에게 사실을 말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기가 막혔다.
얼마 전 상담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직의 필요에 따라 자신에게 원하지 않았던 업무나 역할이 일방적으로 주어졌는데,
결정하기 전에 어떤 설명이나 양해도 없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사람이 느꼈을 억울함과 괘씸함이 너무도 이해되었다.
그 사람 역시 그 일을 맡는 것 자체가 싫었던 것만은 아닐 것이다.
왜 나에게 한 번도 묻지 않았느냐는 것이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불공평한 결정일수록 이런 방식의 일처리가 더 쉽게 나타나는 것 같다.
사전에 설명하면 질문을 받아야 한다.
“왜 제가 해야 하나요?”
“다른 방법은 없나요?”
“그 결정으로 제가 감당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상대가 반박할 수도 있고,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면 결정한 사람은 그 사람의 반응까지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먼저 결정하고 나중에 통보하면 일이 훨씬 간단해진다.
조직의 전체 그림은 맞춰진다.
하지만 그 그림을 맞추기 위해 누군가가 감당해야 하는 몫은 고스란히 그 사람의 것이 된다.
결정한 사람은 뒤에 있고, 결정의 결과를 감당하는 사람만 앞에 서게 되는 것이다.
내가 겪었던 일도 그랬다.
조직에서는 누군가의 배치를 해결해야 했고, 나는 그 그림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잃게 되는지, 어떤 관계를 두고 떠나야 하는지,
새로운 자리에서 무엇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지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더구나 실제 이유를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조금 더 분명하게 보인다.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사실을 흐리고, 전체 그림을 맞추기 위해 그 책임을 누군가에게 떠넘긴 것이다.
사람을 배치하는 일은 조직의 권한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 설명하고, 질문할 기회를 주고,
그 결정으로 인해 감당해야 할 몫을 살피는 것은 권한 이전에 책임의 문제다.
전체 그림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직의 그림은 사람의 삶 위에 그려진다.
그 그림의 빈자리를 누군가의 희생으로 메웠다면,
그 사람이 감당한 몫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배치하는 일에서 가장 쉽게 빠지는 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어쩌면 사람을 제대로 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원하는 자리에 두는 것보다 먼저
그 사람에게 사실을 사실대로 말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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