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얻지 못한 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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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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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순간에는 문득 무언가가 떠오른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처음 만난 생각 같기도 한 느낌.
분명 나에게 중요한 무엇인가가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데, 우리는 그것을 오래 바라보지 않는다.
‘별것 아니겠지.’
그렇게 지나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생각한다.
‘그때 무슨 생각이었지?’
분명히 무언가 있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손에 잡힐 듯하다가 사라진 생각을 뒤늦게 더듬어본다.
어쩌면 우리는 생각만 그렇게 흘려보내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마음에서 올라오는 욕구도 그렇다.
쉬고 싶다는 마음, 해보고 싶다는 마음, 갖고 싶다는 마음,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
때로는 이유도 없이 생겨나는 작은 끌림과 직감까지.
그것들은 대개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오지 않는다.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작은 신호처럼 온다.
그런데 우리는 그 신호를 확인하기보다 먼저 판단한다.
지금은 안 돼.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야.
나중에 하면 되지.
그러는 사이 마음에서 올라온 것은 사라진다.
문제는 욕구가 사라졌다는 데 있지 않다.
내 안에서 일어난 것을 내가 중요한 것으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늘 뒤늦게 안다.
하고 싶었던 일을 이미 지나간 뒤에야 알게 되고,
서운했다는 사실을 관계가 멀어진 뒤에야 알아차리고,
무언가를 원했다는 것을 그것을 포기한 뒤에야 깨닫는다.
자신의 마음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마음은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 신호에 이름을 붙여주기도 전에 흘려보낸 것이다.
상담에서 때로 중요한 것은 새로운 답을 찾아주는 일이 아니라,
이미 내담자 안에서 일어나고 있던 것을 함께 오래 바라보는 일이다.
“그때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그 순간 무엇을 원했던 것 같나요?”
“그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면 무엇을 더 알 수 있었을까요?”
이런 질문 앞에서 사람은 자신도 모르고 지나쳤던 마음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작은 이름 하나가 생긴다.
두려움이었을 수도 있고,
서운함이었을 수도 있고,
욕구였을 수도 있고,
아직 이름을 찾지 못한 무엇이었을 수도 있다.
이름을 얻기 전까지 그것은 나를 끌고 다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편함으로, 반복되는 행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선택으로.
하지만 이름을 얻는 순간부터 조금 달라진다.
내가 그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 내가 이것을 원했구나.”
“나는 이것이 두려웠구나.”
“그때 나는 상처받았구나.”
그제야 마음과 나 사이에 작은 공간이 생긴다.
어쩌면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일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었지만 제대로 불러주지 못했던 것들에게 이름을 찾아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를 흘려보냈다.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이제는 안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흘려보내는 내가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돌 하나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니.
언젠가 다시 그 돌을 만나면
이번에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잠시 멈춰 바라볼 것이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그동안 무엇을 지나쳐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내게 어떤 이름이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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