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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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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9-09 20:39 조회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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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머리를 감다가
지금도 신기하게 느껴지는 장면을 보았다.


욕조 쪽으로 머리를 숙여 머리를 감으니
큰 물소리와 함께 물이 욕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물을 쏟아냈을까.


그런데 오늘 처음 보았다.


아주 작은 물방울들이
욕조 바닥에 떨어졌다가
톡, 하고 다시 튕겨 오르는 모습.


조금 큰 물방울도 있었고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물방울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했다.


그러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왜 그런 모습이 만들어지는지도 보였다.


욕조 바닥에는 아주 얇은 물막이 깔려 있었다.


그 위로 긴 머리카락 끝에서 떨어진 물이나
샤워기에서 떨어진 물이 닿으면서
얇은 물막과 부딪혀 작은 물방울들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욕조의 조명을 받은 그 물방울들이
순간순간 보석처럼 반짝였다.


나는 그 모습을 조금 더 보고 싶어서
평소보다 천천히 머리를 감았다.


생각해보면
그 물방울은 오늘 처음 생긴 것이 아닐 것이다.


나는 그동안 수도 없이 머리를 감았고
그때마다 같은 욕조 바닥으로
물이 떨어졌을 테니까.


다만 오늘 처음

그 작은 움직임을 보았다.


어쩌면 작은 것들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볼 만큼의 여유가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여유가 생기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작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늘 들리던 소리도
그저 하나의 소리가 아니라
저마다 다른 소리로 구별되어 들렸다.


루이의 야옹.

기타 줄을 건드릴 때 나는
디리링~.

키보드를 두드릴 때 나는
타닥타닥.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갔을 소리와 움직임이
어느 순간 하나의 풍경이 된다.


큰 물소리 속에서도
작은 물방울이 보이고,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작은 소리들이 들린다.


어쩌면 삶이 새로워진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삶을 바라보는 나에게
조금의 여유가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는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보인다.


얇은 물막과 물방울의 충돌이 만들어낸
아주 작은 움직임도,


조명에 잠깐씩 반짝이는
물방울 하나도,


기타 줄 하나가 내는
가느다란 울림도.


오늘 아침 내가 본 것은
물방울 몇 개였지만,


어쩌면 나는

작은 것을 본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본 것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작은 물방울을

볼 수 있을 만큼

내 삶의 속도가 느려져다는 것.


삶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내가 달라졌다는 것.


작은 물방울 하나가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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