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는 사치인가, 가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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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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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에 오는 아이들의 가방을 보면 키링이 여러 개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어른의 눈에는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키링은 예쁘고, 좋아하고,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물건이다.
필요한 것이라서가 아니라 원하는 것이라서 갖는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하는 법을 배운다.
어린 시절에는 원하는 것을 사다가도 삶의 여건이 어려워지면 필요한 것을 먼저 선택하게 된다.
당장 먹을 것이 없는데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생존이 위협받을수록 욕구는 사치처럼 뒤로 밀려난다.
그러다 다시 여유가 생기면 사람은 조금씩 원하는 것을 돌아본다.
젊은 시절 작은오빠가 해준 말이 있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아주 작은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신중하게 고른다고 했다.
더 좋은 것을 산다는 뜻이 아니라, 당장 필요한 것을 확보하는 데서 벗어나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할 여유가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어쩌면 여유란 돈의 크기만이 아니라 욕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람은 생존을 위해 욕구를 뒤로 미루는 데 익숙해지면,
여건이 달라진 뒤에도 계속 필요한 것만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다.
해야 하는 일은 잘한다.
필요한 것은 챙긴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도 한다.
목적지향적인 행동은 흔히 지능과 능력의 증거로 여겨진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을 더할 필요가 있다.
그 목적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내가 원해서 세운 목표인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목표인지,
혹은 타인이 원하는 것을 내 욕구라고 여기며 살아온 것인지에 따라 삶의 방향은 달라진다.
필요는 행동을 움직이지만, 욕구는 삶의 방향을 만든다.
감정도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거나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감정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감정에 따른 행동이다.
“나는 화가 납니다.”
이렇게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 감정 표현에 가깝다.
감정은 느끼는 것이고, 표현은 그것을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며, 행동은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룰지 선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다. 감정과 행동 사이에 언어를 놓는 것이다.
욕구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것을 원한다.”
라고 인정하는 것과 그것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것은 다르다.
욕구를 알아차린 뒤에도 현실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다.
오히려 성숙은 욕구를 없애는 데 있지 않다.
욕구를 사치라고 밀어내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현실 속에서 적절하게 다룰 수 있는 능력에 가깝다.
그리고 여기에는 또 하나의 질문이 필요하다.
“이 욕구는 정말 나의 것인가.”
성장하면서 사람은 부모의 기대, 사회의 기준, 관계의 요구를 자신의 욕구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래서 욕구를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것이 누구의 욕구에서 비롯되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생존은 묻는다.
무엇이 필요한가.
성장은 묻는다.
무엇을 원하는가.
그리고 성숙은 묻는다.
그것은 정말 나의 욕구인가.
욕구를 존중한다는 것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현실과 관계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생존이 위협받을 때 욕구는 사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생존이 안정된 뒤에도 욕구를 사치로 여기면, 필요한 것은 갖추고도 정작 자신이 원하는 삶에서는 멀어질 수 있다.
감정은 사치가 아니라 정보이고, 욕구는 사치가 아니라 삶의 방향이다.
어쩌면 성숙이란 필요한 것을 잘 해내는 사람에서 멈추지 않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나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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