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유능해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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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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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유난히 유능하다.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움직이고, 다른 사람이 어려움에 처하면 금세 알아차린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자신에게 맡겨진 일은 끝까지 책임지려고 한다.
누군가 곤란한 상황에 놓이면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먼저 나선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믿는다.
“저 사람에게 맡기면 괜찮아.”
그런데 한 사람의 삶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문득 이런 질문에 닿게 된다.
그 사람은 왜 그렇게까지 잘하려고 하는 걸까.
유능함은 언제나 능력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거나, 어려운 순간에 자신을 지켜줄 사람이 없었던 사람에게
세상은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경험될 수 있다.
그때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내가 잘하면 된다.
내가 조심하면 된다.
내가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
내가 상황을 잘 살피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유능함은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된다.
미리 알아차리고, 먼저 움직이고, 문제를 예방하고, 다른 사람의 필요를 살핀다.
내가 잘하면 상황이 안전해질 것 같고,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되면 사람들도 나를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유능함은 어느 순간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면 나를 필요로 할 것이다.’
‘내가 필요한 사람이면 혼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역설이 숨어 있다.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계의 기술을 배웠어야 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기능의 기술을 먼저 배운다.
기대는 법보다 해결하는 법을 배우고,
도움을 청하는 법보다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마음을 표현하는 법보다 상황을 통제하는 법을 배운다.
그 결과 기능적인 삶에서는 매우 유능해진다.
일을 잘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사람을 돕고, 스스로의 삶도 잘 꾸려간다.
그리고 실제로 그 유능함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기도 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모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에게 사람들이 의지하고,
무언가를 함께 해낼 수 있는 사람에게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러니 유능함을 통해 만들어진 관계가 모두 가짜였던 것은 아니다.
그 관계 안에는 분명 실제적인 만남이 있었고, 함께 웃고, 의지하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 관계를 이어주던 중심에 사람 자체보다 함께하는 일이나 역할, 필요와 기능이 놓여 있었을 때,
그 기능이 사라지는 순간 관계도 함께 느슨해질 수 있다.
함께하던 일이 끝나고,
역할이 달라지고,
더 이상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없어졌을 때
관계 역시 자연스럽게 끝나는 것이다.
그때 남는 것은 조금 허전한 질문일 수 있다.
“그럼 나는 무엇 때문에 그 사람들과 함께 있었던 걸까.”
그리고 더 깊은 곳에서는 이런 질문에 닿을 수도 있다.
“내가 더 이상 무엇을 해주지 않아도 이 사람은 나와 함께 있고 싶을까.”
너무 유능해서 도움을 받기 어려운 사람
유능해진 사람은 실제로 웬만한 일을 혼자 할 수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도움이 꼭 필요하지 않다.
혹시 도움을 받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하는 게 더 정확한데.’
‘이렇게 할 거면 내가 하는 게 낫지.’
‘설명하느니 내가 하는 게 빠르겠다.’
그래서 다시 자신이 한다.
혼자가 되지 않으려고 유능해졌는데, 유능해진 탓에 오히려 혼자 감당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유능해진다.
혼자서도 대부분의 일을 해낼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도움을 받아도 자신의 방식과 달라 불편하다.
‘역시 내가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다시 혼자 해결한다.
그러면 주변 사람도 ‘저 사람은 알아서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정말 중요한 순간에도 아무도 곁에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처음에는 관계를 얻기 위해 만들어진 유능함이, 나중에는 관계의 상호성이 들어올 자리를 좁혀버리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다시 ‘내 탓’으로 돌아가는 이유
이런 사람에게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면 좌절의 강도가 커질 수 있다.
유능함이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안전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잘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잘해도 막을 수 없는 일이 생긴다.
그 순간 오래된 믿음이 다시 작동한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내가 미리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내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문제가 생긴 것과 자신이 잘못한 것을 분리하지 못하고, 다시 모든 책임을 자신의 쪽으로 가져온다.
하지만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자기비난보다 먼저 있었던 감정이 발견되기도 한다.
화가 났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래에 서운함이 있고,
서운함 아래에는 외로움이 있다.
누군가에게 화가 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왜 중요한 순간에 아무도 내 옆에 없었을까.”
라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분노의 대상과 외로움의 대상은 다를 수 있다
현재의 사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반드시 가장 큰 감정의 대상인 것은 아니다.
눈앞의 누군가가 화를 내고 있다고 해서 그 화가 반드시 나를 향한 것도 아니다.
사람은 자신이 다른 곳에서 경험한 분노와 억울함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서 표현하기도 한다.
반대로 나는 누군가에게 화가 났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이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았던 것이 서운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감정을 하나씩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 화가 났는지,
누구에게 서운했는지,
무엇을 기대했는지,
그 기대가 어떻게 좌절되었는지를 살펴본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분노의 밑바닥에서 외로움과 관계에 대한 욕구를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때 오래된 자기비난도 다시 바라볼 수 있다.
‘문제가 생겼다’와 ‘내가 잘못했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유능함 다음에 필요한 것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유능함을 내려놓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유능함은 분명 소중한 능력이다.
지금까지 자신을 살아오게 한 힘이기도 하다.
또한 실제로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게 해준 힘이기도 하다.
문제는 유능함 자체가 아니라, 유능해야만 관계가 유지된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유능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유능함과 존재의 가치를 분리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내가 해결하지 않아도 관계가 유지되는 경험.
내가 먼저 돕지 않아도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는 경험.
내가 상대만큼 잘하지 않아도 도움을 받아들이는 경험.
내가 실수해도 관계가 끝나지 않는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군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경험.
어쩌면 이것이 유능함 이후에 배우는 관계의 기술일 것이다.
도움을 청하는 법.
기대는 법.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는 법.
상대에게 실망했을 때 혼자 해결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법.
상대가 나와 다르게 해도 그 차이를 견디는 법.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하지 않은 순간에도 관계 안에 머무는 법.
기능의 세계에서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관계의 세계에서는 잘하지 않아도 함께 있을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무엇을 해주기 때문에 만나는 관계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아도 만나고 싶은 관계.
필요한 사람이어서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라서 곁에 있는 관계.
어쩌면 평생 유능함을 증명해온 사람이 마지막으로 배워야 하는 것은 더 잘하는 방법이 아닐지도 모른다.
조금 덜 잘해도 괜찮다는 것.
혼자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다른 사람이 나만큼 잘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도움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유능하지 않은 나도 누군가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유능해진 사람들.
그들이 정말 원했던 것은 어쩌면 유능함이 아니었을 것이다.
잘하는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잘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곁에 있어주는 사람.
내가 무엇을 해주지 않아도 함께 있어주는 사람.
힘든 순간에 내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여기 있어.”
라고 말해주는 사람.
어쩌면 우리가 평생 배워온 것은 기능의 기술이었지만,
이제 배워야 할 것은 관계의 기술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끝에서 비로소 알게 될지도 모른다.
혼자가 되지 않으려고 그렇게 유능해졌는데,
내가 정말 필요했던 것은 유능함이 아니라 곁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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