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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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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원심리상담센터
작성일26-09-01 12:43 조회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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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첫날 아침, 예약 취소 문자를 받았다.


그동안 몇 번이나 일정을 변경했던 내담자였다. 

나는 이번에도 내 운동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그 사람에게 맞춰주었다. 

그런데 아침 일찍 다시 취소 소식을 받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때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냥 마음이 툭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애써 좋게 생각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좋은 일이겠지’라고 서둘러 마음을 돌려놓지도 않았다. 

그냥 기분이 좋지 않은 채로 두었다.


잠시 후 당일 운동 예약이 가능한지 확인해보았다. 

아직 아침 6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며칠 전 취소했던 그 시간으로 다시 운동을 예약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하나는 잡을 수 있어서.’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침의 일은 머리 한쪽에 계속 남아 있었다.


모닝커피를 마시고, 보던 드라마를 두 편 보고, 아침을 먹었다. 

운동하러 가는 길에는 라디오 음악에 집중하기도 했다. 

일상을 그대로 이어갔지만 마음 한쪽의 불편함은 남아 있었다.


운동을 시작하자 조금 달라졌다.


몸을 움직이고 내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머릿속에 남아 있던 생각에서 조금씩 떨어져 나왔다. 

운동을 마치고 나니 한결 편안해졌다.


다이소에 들러 어제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해둔 꼬리빗과 두피케어 브러쉬도 샀다. 

최근 염색을 하다가 꼬리빗이 부러졌고, 

염색 후 머리를 감을 때 두피케어 브러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전날 장바구니에 넣어둔 물건이었다. 

각각 천 원이었다.


필요했던 것을 잘 샀다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장을 보고 나서 꽃을 사러 발길을 옮겼다.


그때 문득 알 것 같았다.


아, 내가 헛헛했구나.


아침에는 몰랐던 감정이었다.


생각해보니 예약 취소 하나에 여러 가지 마음이 함께 들어 있었다.


나는 원래 내담자와 일정을 조율하는 편이다. 

서로 맞출 수 있으면 맞추고, 어려우면 다른 방법을 찾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최근 학술대회에서 바우처 사업을 아주 잘 운영한 사람의 성공사례를 들었는데, 

그 사람은 내담자에게 무조건 맞춰주는 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한번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몇몇 내담자가 일정 문제로 상담을 중단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어쩌면 내가 충분히 맞춰주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 운동 일정까지 조정하면서 맞춰주었다.


그 안에는 단순히 ‘이번 상담 시간을 맞춰주자’는 마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맞춰주면, 상담이 조금 더 잘 이어지지 않을까.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다시 예약이 취소되었다.


돌이켜보니 내가 잃은 것은 예약 하나만이 아니었다.


내가 조금 다르게 해보면 무언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기대, 

내가 애써 맞춰준 것에 대한 작은 의미까지 함께 사라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헛헛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때까지도 그것을 헛헛함이라고 부르지 못했다.


짜증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했고, 화나 서운함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달랐다. 

그저 불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지나고 있었다.


그러다 꽃을 사러 가는 길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지난주에도 일일초를 생각했었다. 

그때는 비가 와서 사지 않았다. 

그러니 오늘 꽃을 산 것을 지난번에 못 산 것을 산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꼭 오늘 살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꽃을 사고 싶었다.


사람은 마음이 허전할 때 무엇인가를 채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젊었을 때의 나는 이런 허전함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 채 조금 더 큰 소비로 마음을 달래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경제를 전적으로 내가 책임지는 삶을 살아서인지, 

마음 공부를 오래 해와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아마 여러 가지가 함께 작용했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내가 무엇을 사고 있는지, 그것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고 싶은 것인지 조금은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다이소에서 산 꼬리빗과 두피케어 브러쉬는 필요한 물건이었다. 

이미 사려고 생각해둔 것이었다.


하지만 꽃은 조금 달랐다.


꼭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오늘의 나에게는 작은 꽃 한 화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센터에 도착해 화분을 분갈이하고 창가에 놓았다.


예쁜 꽃을 바라보다 사진도 찍었다.


기분이 한층 더 좋아졌다.


돌이켜보면 나는 오늘 감정을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저 하루를 살았다.


운동을 예약하고, 커피를 마시고, 드라마를 보고, 

아침을 먹고, 음악을 듣고, 운동을 하고, 필요한 것을 사고, 장을 보고, 꽃을 샀다.


그러는 동안 마음이 천천히 따라왔다.


상담을 오래 하고 마음 공부를 오래 했다고 해서 불쾌한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때로는 기대가 어긋나고 마음이 흔들린다.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어떻게 통과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가인지도 모른다.


모든 감정을 그 자리에서 이해하고 해결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어떤 감정은 시간이 지나고, 몸을 움직이고,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다.


오늘 나에게 그 이름은 헛헛함이었다.


그리고 그 헛헛함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다 그냥 하루를 살았더니, 

마음은 어느 순간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왔다.


아침에는 예약 하나를 잃었다.


그런데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운동을 다시 예약했고, 필요한 물건을 샀고, 꽃 하나를 얻었다.


그리고 그 하루를 한 편의 글로 남겼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는 말처럼,


나는 오늘 아침에 하나를 잃고, 하루 동안 여러 가지를 회수했다.


어쩌면 가장 큰 회수는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린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예약 취소가 나를 불편하게 했다는 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 내가 기대했던 것과 애써 맞춰주었던 마음이 함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사라졌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이 바로 헛헛함이었다는 것.


마음은 생각보다 늦게 자신의 감정을 알려준다.


그러니 때로는 서둘러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삶을 살아가면 된다.


몸을 움직이고, 밥을 먹고, 음악을 듣고, 필요한 것을 사고, 장을 보고, 꽃을 사면서.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이 따라와 조용히 말해줄지도 모른다.


아, 내가 이런 마음이었구나.


오늘은 그 마음 곁에 작은 일일초 하나가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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